담배 15개비 - 김지을 기자
2023년 12월 19일(화) 00:00
담배를 피운 적이 있다. 개인적 차이가 있겠지만 하루 10개비를 넘게 피우면서부터 몸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랐던 것 같다. 메스껍고 울렁거리고 헛구역질이 났던 ‘줄담배’의 기억이 새삼 떠오른 건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보건 위협으로 규정했다는 외신 보도를 접한 이후다.

WHO는 이를 위해 비벡 머시 미국 의무총감과 아프리카연합(AU) 청년특사인 치도 음펨바를 중심으로 하는 전담 국제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미국의 국가주치의’로 불리는 비벡 머시 의무총감은 앞서 “외로움은 매일 담배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었다. 그는 “외로움으로 인한 건강상 위험이 비만이나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된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19~34세를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첫 조사로, 온라인 설문에 스스로 참여한 응답자 중 고립·은둔 위험에 처한 1만 2105명을 추린 뒤 심층조사(8874명 응답)한 결과다. 삶의 만족도가 전체 청년 평균(6.7점)의 절반 수준인 3.7점에 머물렀고 2명 가운데 1명 꼴로 신체건강(45.1%)과 정신건강(63.7%)에 문제가 있었다.

청년들만 해당될까. 전남도가 지난해 실시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 에서는 모두 243명이 스스로를 외부와 단절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대 이하(21.5%) 뿐 아니라 40대(22.6%), 50대(37%), 60~64세(18.9%) 등도 많았다. 전남도는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가칭 ‘은둔형 외톨이 지원 플랫폼 구축사업’을 내년 첫 시범사업으로 추진한다. 은둔형 외톨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시작으로 4개 영역, 34개 중점 과제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쉬운 건 전남도의 재정 형편을 이유로 담당부서가 올린 예산(8800만 원)의 절반만 반영됐다는 것이다. 제대로 사업이 될까 걱정도 앞선다. 은둔·고립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 말보다 실천이 중요한 때다.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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