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부국(山林富國)을 꿈꾸며 - 박영길 산림청 순천 국유림관리소장
2023년 12월 19일(화) 00:00
1991년 9월 강원도 정선에서 첫 발령을 받아 산림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산림보호 순찰이나 국유림 경영을 위해서 오토바이를 주로 활용해 산간오지의 주민들을 만나고 산림사업 현장을 누볐다. 벌써 32년이 흘러 그 익숙했던 오토바이는 이제는 낯설어졌고 자동차로 전국 여러 곳을 다니며 국유림 보호와 경영 등 산림청 업무의 최전선에서 근무해 왔다.

입사 전부터 산에는 울창한 숲으로 녹음이 우거지고 아래에는 맑은 강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휴양을 즐기는 모습을 꿈꿔 왔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나무를 심고 가꾸어 울창한 숲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산림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산림공무원을 시작해 32년이 넘는 동안 원했던 데로 수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수천 ㏊의 숲 가꾸기도 했다. 밤새도록 산불 진화도 수도 없이 했고, 산림 병해충을 방제하고 사방댐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한 토목 공사도 많이 했다.

순천 국유림관리소장을 마지막으로 근무하게 된 것도 대단한 행운이었다. 순천에 근무하면서 내가 꿈꾸어왔던 아름다운 세상, 많은 사람들이 정원 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하고, 강에서 배를 타고 휴양을 즐기는 모습을 봤다. 순천만 정원박람회가 그 꿈을 이루어준 것 같아 행복하다.

3월 31일은 순천만 정원박람회 개막식날이었다. 산림청과 전라남도, 순천시가 공동 주최한 개막식에 대통령 참석과 산림청장 초도 순시가 겹치게 되었다. 하필 그날 산불이 났다. 점심도 굶고 산불을 진화했다. 다행스럽게 큰 산불이 아니어서 빨리 진화할 수 있었고 산림청장 초도순시도 잘 마무리되고, 정원박람회 개막식도 차질없이 진행됐다.

올해 전남에서 사상 초유의 대형 산불이 4건(함평 1건, 순천 3건) 발생했다. 그 중 밤을 새우며 산불진화 활동에 직접 참여한 건 순천에서의 3건이었다. 순천 월등(3월 3일, 47㏊)과 별량(3월 18일, 16㏊), 송광(4월 3일, 188㏊) 모두 순천시장을 보좌하는 공동보좌관으로 참여해 산불진화 지휘본부를 운영하면서 대형 산불임에도 단 한건의 인명사고도 없이 진화를 마무리 한 것은 정말 보람있는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순천 별량 산불 진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산불 현장에 도착해보니 직감적으로 큰 사고가 날 것 같았다. 위쪽으로는 종우(種牛) 목장에 한 마리에 2억원을 호가하는 소가 200여 마리나 있었다. 아래쪽으로는 30여 호의 민가가 있었는데 주민들이 대피를 서두르고 있었다. 또한 가운데로는 거대한 고압 송전선이 지나고 있었다. 송전선 때문에 헬기 작업도 쉽지 않고 소나무가 많은 지역이어서 지상 진화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임도가 있어 진화 차는 접근을 할 수 있었다. 주간에 산불을 진화하지 못하고 야간 산불로 번졌다. 밤새 산불 특수진화대를 동원해 물을 뿌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야간에 지상 진화대가 물을 최대한 뿌려 산불 확산을 막지 못하면 다음날 헬기가 많아도 확산된 산불로 발생한 연기 때문에 헬기가 이륙을 못하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물을 공급해 준 소방차도 큰 도움을 줬다. 야간진화 작업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일출과 동시에 헬기가 이륙해 진화작업에 착수했고 산불은 잡혔다. 바로 뒷불 진화 및 감시체계로 바꾸어 다음날 아무런 사고 없이 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산불진화나 산림경영을 위해서는 임도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산림재해에 있어서 임도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자동차를 구입하는데 많은 돈이 들고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임도를 만들되 어떻게 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 등에 안전한 임도를 만들 것인가 하는 품질 제고의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시기이다.

매년 대형화 되는 산불과 산사태, 소나무재선충병 등 산림 병해충 확산 방지에는 많은 국민들의 동참과 협력이 필요하다. 많은 국민들의 동참으로 울창한 산림에 모두가 즐거워하는 산림부국(山林富國)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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