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 있는 병영마을 오이소, 해설은 주민이 할랑께
2023년 12월 18일(월) 16:45
주민 참여 강진 병영면 도시재생 마을여행
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관광상품 진가 발휘
빈집은 마을호텔, 내 집은 ‘오픈정원’ 변신

주민해설사가 병영면 마을여행에 참가한 관광객들에게 은행나무와 담장 등 옛스러움을 간직한 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하멜자전거’를 타고 강진군 병영면 마을을 둘러보는 관광객들.<강진군 제공>
강진군 병영면 도시재생 사업으로 추진하는 마을여행이 강진 알리는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전국에서 온 관광객이 병영 곳곳을 둘러보고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즐겁게 지내고 있어, 인근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마을여행은 전라병영성(사적397호)에서 시작해 하멜기념관을 지나 마을의 터줏대감인 800년 된 성동리 은행나무와 하멜 일행이 쌓아 올린 골목 옛 담장(등록문화재)이 늘어진 고즈넉한 한골목길을 거닌다. 마을의 큰일이 있을 때 울음소리를 내었다는 비자나무(천연기념물39호)와 예와 효를 가르쳤던 병영양로당(향토문화재)을 지나 맛있는 병영불고기를 맛볼 수 있는 ‘불금불파’ 행사장에 도착하면, 한 시간을 알차게 채운 여행이 완성된다.

마을여행을 이끌었던 해설사는 다름 아닌, 병영면에 사는 주민들이다. 병영면이 보유한 많은 역사 문화 자원과 주민들이 직접 경험한 생생한 마을 이야기가 더해져 감칠맛 나는 마을여행 프로그램이 탄생한 것이다.

◇주민참여 오픈정원, 도시재생 빈집 마을호텔로 마을여행 콘텐츠 확대

주민해설사가 병영면 마을여행에 참가한 관광객들에게 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해설사들은 많은 역사 문화자원을 보유한 병영면 주민이라는 자부심과 지역을 대표해 관광객들을 만나 마을여행을 이끌고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주민해설사는 단순한 해설 프로그램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마을 여행’을 이끌고, 관광객들은 해설사가 전하는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마을여행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병영면에서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역 재생이 지속해서 추진된다.

강진군은 병영면이 가진 천혜의 환경을 활용해 ‘생태관광도시’를 만드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 시작으로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주민참여 오픈정원을 조성 중이다.
주민해설사가 병영면 마을여행에 참가한 관광객들에게 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가가호호, 너른 마당과 대지가 자리를 잡은 주거환경 특성상 주민들이 잘 가꿔왔던 ‘내 집 마당정원’을 확대해 마을 전체를 정원으로 만들어 병영면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오픈정원 1차 대상지로 마을의 주도로인 한골목길에 있는 주택과 공유지 등 15여 개소를 선정하고, 디자인 계획을 수립 중이다.

대상지 중 일부는 도시재생 주민제안 공모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꽃과 나무를 심어 공간을 정비 중이다.

내년 봄이 되면 병영면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주민들이 손수 가꾼 아기자기한 정원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되는 빈집 마을호텔 역시 주민들의 참여로 조성된다. 한골목길 한가운데 방치된 빈집 약 800여 평 부지에 한옥 숙소와 게스트하우스, 여행자 라운지와 체험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강진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빈집 20여 채를 추가로 개축해 문화체험 플랫폼과 장단기 레지던시 등을 조성해 마을호텔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주민들은 마을여행과 같은 관광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해 특화 음식을 만들고, 특산품과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등 마을호텔 참여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며 그에 따른 소득증대 등 경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병영만의 색깔을 담아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마을여행 변신 필요

하지만 마을여행이 이제 시작단계에 있는 만큼 남아있는 숙제와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지금까지 마을여행이 50·60대 이상의 단체 관광객을 중심으로 추진됐다면, 이제는 가족, 연인 등 소규모 체류형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어린아이부터 MZ세대, 노년층 등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진군은 판단한다. 현재 운영되는 자전거 투어 역시 해설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

또 앞으로 조성될 도시재생 마을호텔과 오픈정원 등과 연계해 병영만의 특색있는 마을여행 콘텐츠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강진군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완성도 있는 마을여행을 위해 병영중학교 학생들과 ‘마을여행을 위한 병영 문화관광 콘텐츠 제안발표회’를 개최했고, 주민해설사 역량 강화를 위해 1대1 전문가 컨설팅을 추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강진군 농가 민박인 ‘푸소’를 통해 병영면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역사문화자원을 소개하는 이야기 투어도 연계해 추진한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지난 9월과 10월에 진행했던 마을여행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주민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었기 때문이었고, 앞으로 한층 더 풍부해질 2024년의 마을여행도 기대해 달라”며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연결하고, 이를 통해 민관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창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진=남철희 기자 chou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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