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단체급식으로 어촌을 살리자 - 박상미 전남도 수산유통과장
2023년 12월 14일(목) 00:00
여수가 고향인 필자의 유년 시절, 식사를 준비하는 분주한 엄마의 모습을 볼 때면 설레던 마음이 떠오른다. 갈치·고등어·전어·가자미 등 제철 생선구이며 김구이·파래김치 같은 군침 돌게 하는 다양한 수산물 요리들이 밥상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가 된 필자에겐 몸에도 좋고 다양한 풍미로 행복을 주는 수산물 요리를 가족들에게 내어주는 일이 흔하지 않다.

수산물이 주는 특징상 손질과 보관이 어렵고 많은 조리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등 ‘직장 맘’으로 살아가는 필자에게 여간 부담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가공식품들로 채워진 식탁으로 건강과 맛의 다양함을 선물해 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은 늘 미안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필자만의 상황은 아닐 것이다. 바쁜 일상을 보내야 하는 현대인들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수산물 요리를 외면하다보니 수산물 소비량은 줄고 어촌의 소멸 위기는 점차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수산물 단체급식이야말로 전남 어촌에 새로운 희망과 번영을 던져줄 묘안이 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대학교에서, 산업인력은 기업체에서, 노약자는 병원 및 요양시설 등에서 단체급식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하지만 단체급식 메뉴에서 수산물 비중은 10% 내외로 매우 낮다. 다양한 연령과 식성에 맞춘 조리법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 점, 단체급식에 맞는 대용량 제품이 부족한 점, 적기 수산물 공급이 어려운 점 등이 단체급식에서 수산물 활용도가 낮은 이유이다.

최근 전남도가 이러한 문제점만 해결된다면 단체급식이 수산물의 대량 소비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대중적인 요리법과 대용량 제품 개발, 연중 질 좋은 수산물 공급에 나서고 있다. 단체급식에 수산물 비중을 늘리기 위한 특별 대책을 수립해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첫 결실로 지난 11월 15일 현대자동차 부품업체인 경북 경산의 아진산업(주)을 ‘전라남도 수산물 단체급식 협력기업’ 1호로 지정하고, 임직원 600여명이 생선부터 해조류까지 전남 수산물로 만든 오찬을 즐겼다.

육류 대신 전복으로 만든 스테이크와 시판되는 쌈장 대신 곱창 김에 갈치속젓·양념 멸치젓을 쌈 싸 먹는 젓갈쌈밥, 열기(생선) 구이 등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수산물 밥상에 임직원들은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회사 구내식당에서 자주 수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임직원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우리 인생사에 맛이란 것이 얼마나 원초적이며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느꼈다.

좀처럼 가정 내에서 먹기 어려워진 수산물 요리가 학교, 직장, 요양시설 등에서 맛있는 단체급식으로 제공된다면 먹는 이의 건강 증진 및 스트레스 해소에 기여하고, 수산물의 대량 소비에 따라 전남 어촌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수백 명이 넘는 인원의 식사를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수산물을 손질도 없이 신선한 품질의 재료를 바로 요리에 투입할 수 있어 호응이 폭발적이다. 비단 전복만이 아니라 우럭, 광어 등의 생선과 해조류 등도 대량 소비처 요구에 맞게 대용량 제품과 조리가 손쉬운 조리제품으로 가공해 연중 똑같은 품질로 공급한다면 단체급식 메뉴에서 수산물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수산물에 대한 가공사업 적재적소의 지원, 새로운 수산물 대용량 제품 및 단체급식 레시피 개발, 자연재해를 빗겨 가는 수산물 유통시기 조절, 글로벌 시장 개척 등의 새로운 정책 활동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찾는 필자의 분주한 고민도 어촌을 번영의 땅으로 만드는 행복한 사투라 느껴진다.

고소한 생선구이, 감칠맛 나는 젓갈, 영양 만점 전복 스테이크, 매생이 떡국 등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가는 식단이 학교, 기업, 기관 등 다양한 장소의 단체급식에 주된 메뉴가 된다면 필자는 너무도 행복하겠다. 전남 바다, 그것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전남 어촌이 다시 활기를 찾아 사람들로 북적일 수 있도록 필자와 전남도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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