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항거 정선엽병장 국가가 외면해서야
2023년 12월 13일(수) 00:00
12일 광주시 북구 풍향동 동신고 교정에서 고(故) 정선엽 병장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그동안 동문들은 교정에 식재한 소나무 앞에서 간소하게 추모식을 가졌으나, 올해는 체육관에서 공식적인 추모식을 열었다. 최근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흥행하면서 그의 의로운 죽음도 재조명되고 있다.

동신고를 졸업하고 조선대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 입대했던 고인은 1979년 12월 13일 새벽, 전두환이 주도한 군사반란 때 목숨을 잃었다. 육군본부 B2 벙커를 지키며 반란군 제1공수 병력에 저항하다 총탄 네 발을 맞고 숨졌다. 당시 국방부 50헌병대 소속이었던 고인은 제대를 3개월 앞둔 말년 병장이었다.

고인의 의로운 죽음이 뒤늦게나마 밝혀진 것은 동문들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동문들은 지난 2021년 국방부 산하 군 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정 병장의 사망에 대한 진상조사를 의뢰했다. 국방부는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12월 사후 43년 만에 정 병장의 죽음을 ‘순직’에서 ‘전사’로 격상했다.

유족들은 40여 년 동안 통한의 눈물을 흘려왔다. 그런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유족들은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 국방부가 현행 국가배상법상 ‘이중배상 금지의 원칙’을 이유로 정 병장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4년 전 12·12 군사반란은 지나간 역사가 아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등 군사반란 주모자들은 역사적 단죄를 받지 않았고,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국가는 스물세 살 가족을 잃은 유족의 눈물을 이제라도 닦아줘야 한다. 그리고 정 병장의 의로운 죽음에 대해 제대로 명예회복을 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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