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원으로 거듭날 광주의 문화유산- 김요성 광주시 문화체육실장
2023년 12월 12일(화) 21:30
최근 광주시는 조직 개편을 통해 ‘문화유산자원과’를 신설했다. 문화유산기획, 문화유산시설, 독서인문학 등 4개의 팀으로 구성된 문화유산자원과의 설치는 광주 문화유산의 보존·관리의 체계화와 광주만이 지닌 문화자원 발굴 및 재해석, 국가유산 체제로의 변화 등 시대적 변화상이 반영된 것이다.

문화재청에서도 60년간 사용해 온 재화적 개념의 ‘문화재’ 대신 유네스코 등 국제기준과의 정합성과 미래가치를 반영한 유산(Heritage) 개념의 ‘국가유산’ 체제로의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국가유산기본법’ 신설 등 행정제도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시의 문화유산 전담부서 명칭을 주목할 만하다. 타 지자체는‘문화유산과’라는 명칭이 대부분이나 광주시는 문화유산 보존과 미래유산 발굴·활용을 위해 ‘문화유산자원과’로 이름지었다. 문화유산을 단순한 보존과 활용에 그치지 않고 광주만의 해석을 통한 재창조의 대상으로 보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는 전통적인 원형보존 중심의 문화유산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문화유산 정책 추진을 위한 민선 8기 광주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광주는 국보 2건을 비롯해 보물 15건 등 국가지정유산 26건, 국가등록유산 18건, 시지정유산 114건, 문화유산자료 31건 등 모두 158건의 지정·등록 유산이 있다. 또한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5·18기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빛의 실험실을 비전으로 하여 캐나다 요크, 이스라엘 텔아비브, 오스트리아 린츠, 세네갈 다카르와 함께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되었다.

광주의 문화유산 정책 변화는 양림동을 중심으로 한 사직-광주공원 벨트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양림동은 근현대기 선교사들의 주요 활동처로 독특한 건축 유산과 문화예술 및 종교 유산의 산실이었고, 독특한 도시 인문환경은 수많은 예술인에게 영감을 주어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명소로 자리잡게 하였다. 최근에는 사직공원의 역사문화 자산을 미디어아트로 해석한 ‘사직 빛의 숲’ 프로젝트가 선보이며 각계각층의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광주공원 일대로 시선을 돌려보면 문장가 신숙주가 동방제일루로 극찬했던 희경루가 중건되어 탄성을 자아내고 있으며,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는 전세계 미디어아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향후 광주공원의 역사·예술적 맥락을 청년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청춘문화 누리터사업’이 추진된다면 사직-광주공원 벨트는 광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꿀잼도시 광주의 대표 핫플레이스로 변모할 것이다.

광주시의 문화유산자원과 설치는 다양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존의 접근 방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에서의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지역의 인공지능 및 문화기술을 활용하여 소멸 위험성이 높은 문화 유산의 아카이브와 활용을 도모하는 문화 유산 데이터 댐(Heritage Data Dam)인 ‘아시아공동체 전승문화 플랫폼’ 및 ‘문화예술 인문스토리 플랫폼’, 2000년전 마한인의 숨결을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신창동 마한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 양림동의 가치를 세계화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국가사적 충효동 가마터 분청사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체험하는 ‘분청사기 도예창작소’ 사업은 미래 광주의 정체성과 역사성 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생률 감소 및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메가시티화, 기술 발전에 따른 글로컬라이제이션이 전지구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문화유산 전담부서 신설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 확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전기로 평가될 것이다. 문화유산은 수장고에 보관된 고루한 대상이 아니다. 광주의 문화유산은 문화, 경제, 산업, 그리고 시민의 삶이 투영된 내일이 빛나는 미래의 기회자원으로, 광주의 발전을 책임질 ‘자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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