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손 -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2023년 12월 10일(일) 22:00 가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는 ‘독일 미술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존경을 받는 화가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기도하는 손’이라는 작품이 있다. 독일 가정에서는 복사본을 소장하는 것이 유행일 만큼 인기가 높다. 그림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아름다운 우정을 모티브로 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뒤러에게는 프란츠 나이슈타인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두 사람은 화가가 꿈이었지만 가난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별 수 없이 제비뽑기로 먼저 공부할 사람을 정하기로 했는데 운 좋게도 뒤러가 선택이 됐다. 시간이 흘러 뒤러는 나이슈타인의 뒷바라지 덕분에 훌륭한 화가가 된다. 그러나 자신을 돕기 위해 거칠어진 나이슈타인의 손을 보고 뒤러는 미안함과 슬픔을 느낀다. 친구를 위해 그림을 그렸는데, 그 작품이 바로 유명한 ‘기도하는 손’이다.
얼마 전 광주시 동구 예술의 거리 미로센터에 ‘따뜻한 손’이라는 조형물이 설치됐다. 조형작가인 최평곤이 광주의 5·18 등 기억자원을 모티브로 구현했다. 대나무를 엮어 형상화한 작품(세로 10.4m× 가로 5.4m)은 따스함과 위안을 준다. 최 작가에 따르면 따뜻한 손으로 대변되는 ‘대나무 인간’은 인간에 대한 성찰과 공동체성을 담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빚진 마음이 있었습니다. 오월 광주는 ‘나’라는 개인을 넘어 모두의 아픔이자 슬픔이었어요. ‘따뜻한 손’을 제작한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우리시대에 요구되는 것이 있다면 ‘우리’라는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기 불황 등으로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점차 증대되고 있다. 그들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따뜻한 손’이 물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픔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만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적잖은 힘이 될 것이다. 뒤러의 ‘기도하는 손’과 최평곤의 ‘따뜻한 손’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의 ‘움켜진 손’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라고.
/skypark@kwangju.co.kr
경기 불황 등으로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점차 증대되고 있다. 그들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따뜻한 손’이 물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픔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만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적잖은 힘이 될 것이다. 뒤러의 ‘기도하는 손’과 최평곤의 ‘따뜻한 손’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의 ‘움켜진 손’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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