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권합니다- 안철 클래식 애호가
2023년 12월 04일(월) 00:00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십니까?”

지난 30년간 음악 감상 강의에 초청받았을 때 처음 만나는 음악 애호가에게 항상 묻는 질문이다. 그러면 대개 “좋아합니다만 어렵습니다.” “많이 들어본 음악인데 곡 이름을 알 수 없어요.” “클래식 음악은 왠지 어렵고 거리감을 느껴요.”란 대답을 많이 듣는다. 여러 소스로부터 쉽게 접하는 대중음악에 비해 고전음악은 아무래도 쉽게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이는 음악을 접하는 기회가 많고 적음으로 생기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보통 대중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애창곡을 수십 번씩 듣는다. 만약 고전음악도 어떤 곡을 수십 번을 들으면 속속들이 알고 좋아하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어렵다고들 말씀하시는데, 음악 감상은 무슨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공부가 아닙니다. 음악 감상의 도정에 오르려면 음악을 즐기려는 열린 마음만 가지면 됩니다. 귀를 통해 들으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음악을 즐기는 것은 문턱이 높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먼저 친해지도록 하십시오.”

공자가 ‘논어’의 ‘옹야’ 편에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보다 못하다.”고 말씀하셨다. 음악을 접할 때도 이론적으로 알려고 처음부터 노력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는 우선 목소리나 악기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과 화음을 좋아하고 그 다음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면 나도 모르게 차츰 음악을 더 좋아하고 이해하게 될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정리를 해 볼 수 있겠다. “좋아하고 즐기면 들리고 보인다. 들리고 보이면 깊이가 더해져서, 더 좋아하고 더 즐겨서 알게 된다.”라고.

음악의 예술적 경험은 악기를 연주하고 함께 모여 합창을 하는 등 능동적·주체적 창조 경험을 갖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만 여기에는 투자해야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데 비하여 우리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수동적·향유적인 체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감상력을 증진시킬 수도 있다. 여기서 음악 예술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키울 때 창조 경험의 세계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다양한 매체나 발달된 온갖 음향기기 도움으로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더 풍요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다. 과거 음악 애호가인 어떤 군주보다도 지금의 우리는 더 풍요롭게 연주회, 오페라, 발레 등을 누릴 수가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 고마운 일인가.

고전음악을 이용하여 작물이나 화초를 재배하는 농부가 있고, 고품질의 고기와 우유 등을 생산하는 축산 및 낙농업자가 있으며, 음악으로 병을 치료하는 음악 치료사도 있다. 악음(樂音)과 소음(騷音)이 인간의 성격과 인간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지능 발달과 학습 능력에도 관계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음악에 의한 인간의 생리적·심리적 반응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일인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는 목소리가 들려주는 다양한 장르의 성악, 친구끼리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토론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실내악, 찬란한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악기 음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 같은 관현악, 그 작품이 작곡된 나라의 역사나 문화를 담고 보편적인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오페라, 인간의 몸을 매개로 음악의 바탕 위에서 보여주는 ‘인체의 축제’이자 ‘행위의 시’인 발레 등 음악 속에 무한한 즐거움의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깨어있는 동안 우리가 접하게 되는 엄청난 양의 청각적·시각적 자극을 좀 더 온화한 고전음악 쪽으로 돌린다면 우리의 정서 순화와 나아가 아름답고 평화로운 사회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고전은 영원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고전(古典)은 고전(苦戰)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고전(鼓傳·북을 쳐 오래 오래 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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