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향기] 로또 같은 행복 - 박용수 수필가·동신여고 교사
2023년 12월 03일(일) 22:00 가가
회갑 잔치였다. 시골 마을 죽마고우끼리 회갑을 자축했다. 물론 각자 가족과 축하연을 열었지만, 우리끼리만의 자축연은 더 즐거웠다.
고향 마을 어르신께 음식을 대접하고도 남은 비용은 뜻을 모아 고향에 기부하기로 했다. 헤어지기 전에 우린 모두 복권 한 장씩을 샀다. 어제 노후 문제로 의견이 분분했다. 환갑 나이에도 여전히 돈은 필요하다고 여겼다.
만약 당첨된다면, 무인도를 사서 친구들을 초대하겠다. 1억씩 나눠주겠다. 고급 승용차를 사주겠다. 펜션을 사서 같이 살자고 희희낙락거렸다.
나눔과 공유의 말 잔치가 성대했다. 그래서 더욱 흐뭇했다. 그렇게 넉넉히 베풀고 아낌없이 주고도 안심했다. 우린 그렇게 기껏 복권 한 장에 모두 행복했고 마음이 들떴다.
지천명을 지나 이순에 이르렀지만 우린 여전히 불교에서 말하는 구부득고(求不得苦)에 시달렸고, 여태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지 모른다.
영화 ‘시에라 마드레의 황금’은 황금을 찾아 헤매는 떠돌이들의 욕망을 그리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나그네 세 사람이 전 재산을 털어 연장을 구해 황금이 있다는 시에라 마드레로 향한다.
공동 분배하자고 셋이 굳게 약속하지만 실제로 황금을 채굴하자 서로를 불신한다. 돕스는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커틴과 하워드를 총으로 쏘고 도망 중, 강도를 만나 사금을 빼앗기고 끝내 목숨까지 잃고 만다.
영화는 허영심의 결말을 꼬집고 있다. 누구나 돈벼락을 맞으면 패망한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도 나 역시, 불행해도 좋다. 제발 한번 당첨만 되어달라고 간절히 소망하며 그것을 소중하게 지갑에 넣는다.
지금 영화의 주인공처럼 일확천금, 한방을 바라며 살아가는 이가 적지 않다. 내가 그 황금을 찾지 못한다면 대를 이어 자식들이 찾기를 바라면서, 학원을 보내 닦달하고 부동산에 투자하느라 여념 없다.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진 하워드와 커틴이 현장으로 달려와 보니 모래폭풍으로 사금이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린 장면에서 영화는 끝난다. 결국 이렇게 우리처럼 우리 아이들도 환갑을 맞이할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황금은 커다란 덩어리가 아니었다. 모래 속의 아주 작은 것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게 중에 아주 드문드문, 그게 금이어서 소중했던 것처럼, 우리의 일상 중에 드문드문 생겼던 즐거움과 행복이 바로 황금이었다.
꽃이 짧은 기간 피어서 꽃이듯이, 황금을 빛나게 하는 것은 그런 모래알들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무가치하게 여긴 것들이다. 실상 우리 삶은 그런 무가치하게 여겼던 나날들이 모여 인생이 되고, 작은 사금들이 모여 덩어리가 된다. 꽃을 피우기 위한 수많은 나날이 황금이었고, 황금 덩어리를 찾아 나서면서 밟고 지나간 작은 조각들이 꽃이었다.
나는 황금을 밟고 있으면서 구부득고(求不得苦)에 시달렸던 어리석은 사람이다. 멋진 친구와 등산, 식당에서 앉아 같이 밥 먹자는 손을 붙잡아준 분의 따뜻한 마음이 황금이었다. 책을 읽다가 밑줄 그은 문장 한 줄이 횡재였고, 취업했다고 좋아하는 학생들의 전화 한 통, 아내와 손잡고 영화를 보던 그 순간, 복권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그 순간이 진짜 로또였다.
부디 가까이 있는 황금을 놓치고, 머나먼 곳의 커다란 로또를 꿈꾸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겠다. 중요한 것은 모래를 채에 거르고 또 걸러서 모래진흙 속에서 아주 작은 금 조각을 찾는 일이다. 간절히 바라는 로또처럼 그렇게 간절히, 작은 행복을 찾고 발굴하고 또 놓치지 않는 일이다. 수많은 축복을 흘려보냈지만, 자축 회갑연처럼 평범한 지금이 로또 같은 황금임을…
고향 마을 어르신께 음식을 대접하고도 남은 비용은 뜻을 모아 고향에 기부하기로 했다. 헤어지기 전에 우린 모두 복권 한 장씩을 샀다. 어제 노후 문제로 의견이 분분했다. 환갑 나이에도 여전히 돈은 필요하다고 여겼다.
나눔과 공유의 말 잔치가 성대했다. 그래서 더욱 흐뭇했다. 그렇게 넉넉히 베풀고 아낌없이 주고도 안심했다. 우린 그렇게 기껏 복권 한 장에 모두 행복했고 마음이 들떴다.
지천명을 지나 이순에 이르렀지만 우린 여전히 불교에서 말하는 구부득고(求不得苦)에 시달렸고, 여태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지 모른다.
영화는 허영심의 결말을 꼬집고 있다. 누구나 돈벼락을 맞으면 패망한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도 나 역시, 불행해도 좋다. 제발 한번 당첨만 되어달라고 간절히 소망하며 그것을 소중하게 지갑에 넣는다.
지금 영화의 주인공처럼 일확천금, 한방을 바라며 살아가는 이가 적지 않다. 내가 그 황금을 찾지 못한다면 대를 이어 자식들이 찾기를 바라면서, 학원을 보내 닦달하고 부동산에 투자하느라 여념 없다.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진 하워드와 커틴이 현장으로 달려와 보니 모래폭풍으로 사금이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린 장면에서 영화는 끝난다. 결국 이렇게 우리처럼 우리 아이들도 환갑을 맞이할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황금은 커다란 덩어리가 아니었다. 모래 속의 아주 작은 것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게 중에 아주 드문드문, 그게 금이어서 소중했던 것처럼, 우리의 일상 중에 드문드문 생겼던 즐거움과 행복이 바로 황금이었다.
꽃이 짧은 기간 피어서 꽃이듯이, 황금을 빛나게 하는 것은 그런 모래알들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무가치하게 여긴 것들이다. 실상 우리 삶은 그런 무가치하게 여겼던 나날들이 모여 인생이 되고, 작은 사금들이 모여 덩어리가 된다. 꽃을 피우기 위한 수많은 나날이 황금이었고, 황금 덩어리를 찾아 나서면서 밟고 지나간 작은 조각들이 꽃이었다.
나는 황금을 밟고 있으면서 구부득고(求不得苦)에 시달렸던 어리석은 사람이다. 멋진 친구와 등산, 식당에서 앉아 같이 밥 먹자는 손을 붙잡아준 분의 따뜻한 마음이 황금이었다. 책을 읽다가 밑줄 그은 문장 한 줄이 횡재였고, 취업했다고 좋아하는 학생들의 전화 한 통, 아내와 손잡고 영화를 보던 그 순간, 복권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그 순간이 진짜 로또였다.
부디 가까이 있는 황금을 놓치고, 머나먼 곳의 커다란 로또를 꿈꾸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겠다. 중요한 것은 모래를 채에 거르고 또 걸러서 모래진흙 속에서 아주 작은 금 조각을 찾는 일이다. 간절히 바라는 로또처럼 그렇게 간절히, 작은 행복을 찾고 발굴하고 또 놓치지 않는 일이다. 수많은 축복을 흘려보냈지만, 자축 회갑연처럼 평범한 지금이 로또 같은 황금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