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열풍 - 송기동 예향부장
2023년 11월 14일(화) 00:00 가가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문태준 ‘맨발’ 중)
시인은 어물전 개조개(대합)의 발에서 열반하던 부처의 맨발을 떠올린다.
맨발은 상징적이다. 맨발은 가식을 벗은 순수성, 가난과 억압, 자연과의 연결을 보여준다. 부처와 마하트마 간디를 비롯해 ‘맨발의 마라토너’로 불리는 에디오피아 아베베 비킬라, 영화 ‘맨발의 청춘’(1964년 작) 등에서도 맨발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직립(直立)함으로써 자유로워진 두 손을 활용해 영장류와 다른 진화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두 발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인간의 발은 의외로 복잡하다. 한쪽 발만 해도 발가락뼈 등 26개의 뼈를 비롯해 수많은 근육과 힘줄, 인대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두 발이 있어 인간은 걷거나 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총알 탄 사나이’ 우사인 볼트는 100m를 9.58초에 주파해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무려 37.4㎞에 달한다.
인간은 수렵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원시적인 신발을 신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맨발 걷기는 인류 문명 이전의 원초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맨발걷기 열풍이 거세다. 신발을 벗고 맨발바닥과 흙을 직접적으로 접촉하기 때문에 ‘어싱’(Earthing)이라고도 한다. TV건강 프로그램 방영과 ‘좋더라’하는 입소문에 힘입어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는 듯하다. 어디를 가든 등산화를 한 손에 들고 맨발로 걷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광주·전남 지자체들도 앞장서 맨발길을 조성하고 있다. 광주에는 서구 풍암동 풍암호수공원 인근 야산과 북구 중외공원 편백숲길, 전남에는 영광 물무산 행복숲과 화순 너릿재 옛길, 영암 군서면 구림마을 등지에 맨발길이 마련돼 있다.
맨발걷기 열풍이 개인의 심신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지구별’ 환경을 생각하고, 과학문명의 한복판에서 상실해버린 ‘맨발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song@kwangju.co.kr
시인은 어물전 개조개(대합)의 발에서 열반하던 부처의 맨발을 떠올린다.
인간은 직립(直立)함으로써 자유로워진 두 손을 활용해 영장류와 다른 진화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두 발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인간의 발은 의외로 복잡하다. 한쪽 발만 해도 발가락뼈 등 26개의 뼈를 비롯해 수많은 근육과 힘줄, 인대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두 발이 있어 인간은 걷거나 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총알 탄 사나이’ 우사인 볼트는 100m를 9.58초에 주파해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무려 37.4㎞에 달한다.
맨발걷기 열풍이 개인의 심신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지구별’ 환경을 생각하고, 과학문명의 한복판에서 상실해버린 ‘맨발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