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고등학교 헌혈, 참여 시스템을 만들자 - 김동수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2023년 11월 14일(화) 00:00
지난 10월부터 눈에 띄게 혈액 보유량이 급감하고 있다. 두 달 전과 비교하면 40%가량 줄어든 것이다. 연휴와 학생들의 시험 기간, 대학 및 지역 축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고등학생 헌혈자의 감소가 가장 크다.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 고등학생 헌혈자가 3만 명이었다. 코로나 시기에 학교에서 헌혈이 제한되어 작년에 1만 5000명까지 감소했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 비대면 상황이 풀려 학교 헌혈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작년과 비슷한 추세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 감소한 1만 5000명은 학교 방학 기간인 동·하절기 3개월을 제외하면 매월 1666명의 헌혈자가 줄어든 상황이 되는 것이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학교 헌혈이 정상화된 지 일 년이 지나고 있지만 고등학교 헌혈자 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저출산으로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낮아지는 출산율은 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3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헌혈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학교를 비롯한 단체에서 헌혈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헌혈 재난 문자를 보내는 방법 등의 영향으로 중장년층의 참여가 늘었다. 하지만 고등학생 헌혈자의 감소 폭을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학생부에 코로나 시기 비대면의 영향으로 봉사활동 인정 시간이 코로나 이전보다 절반이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봉사 시간은 학생 수가 감소해도 학생들을 독려해 헌혈 참여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2024년도 대학 입시부터는 학교 이외 헌혈의 집에서의 개인 헌혈 봉사 시간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갈수록 고등학생의 헌혈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학교에서 헌혈 일정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어느 교장 선생님은 헌혈 참여를 요청하자 “이제 학교에는 극단적 이기주의만 팽배하다”며 헌혈 독려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헌혈 시간을 수업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학교 현장이 대학 입시를 위한 학원처럼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헌혈 이외에도 학생들의 이타성, 사회성과 협동심 등을 길러 줄 수 있는 청소년단체 활동을 학교 내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학교 현장에서 건전한 청소년 활동과 봉사활동의 축소는 우리 아이들의 이기주의와 폭력성을 더 키우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 교육 현실을 보며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우리나라에 교육은 없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 존엄을 가르친 독일 교육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 존엄성을 높이는 데는 여러 가지 교육 방안이 있겠지만 필자는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나눔과 봉사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눔과 봉사 중에 단연코 헌혈은 필수다.

특히 고등학생 헌혈은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생애 첫 헌혈 경험은 대학, 군대, 직장에서의 헌혈로 이어지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때 많은 학생이 헌혈에 참여할수록 우리나라 헌혈 인구는 전체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고등학교 헌혈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학교와 지역 교육청이 학교에서의 헌혈 참여 횟수를 늘려 주면 된다. 지금도 일부 학교에서는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연간 2회 이상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헌혈 기회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다음은 교육부가 학생 봉사활동 시간을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돌리고 다시 개인 헌혈 봉사 시간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면 좋겠다. 그리고 초·중·고 교육 계획에 헌혈을 비롯한 장기기증 등 생명나눔 교육을 정규과목에 편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헌혈 활성화를 통해서 우리 학생들이 생명의 소중함과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배우게 된다면 줄어드는 학교 헌혈을 막고 작금의 폭력적인 교육 현실을 타개하는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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