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천사들에게 사랑을 - 강춘심 광주영아일시보호소 원장
2023년 11월 13일(월) 00:00

오른쪽에서 세번째 사진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 자리가 얼마나 큰 자리인지 매 순간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 광주영아일시보호소는 귀한 인연들이 모여 기적을 만들어가는 보금자리다. 이 곳에 입소한 아이 한 명 한 명 모두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하고 귀한 존재들이기에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동행하며 그들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이들이 많다. 늘 함께여서 머리가 아닌 마음이 먼저 알아채고, 마음의 깊이를 알지 못하는 것이 가족이란 존재인 듯 싶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는 참 따뜻하고 고마운 존재. 그런 존재가 광주영아일시보호소에도 있다. 아이와 엄마라는 존재로 사랑이란 단어를 알게 했고, 가슴 따뜻한 정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생활지도원 선생님들이 아무런 조건도, 편견도 없이 그저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좋은 인연들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모두가 이모가 되고 때론 엄마, 아빠가 돼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가족의 빈 자리를 채워가며 가족이란 이름의 인연을 매일매일 만들어 가고 있다. 아이가 마냥 웃으며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며 자신들의 희생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 당장은 속 깊은 사랑을 체감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그 아이들이 가슴 속에 사랑이 많은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해 또 다른 누군가의 곁에서 힘을 실어 주고 따뜻한 가족이라는 이름의 인연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영아일시보호소를 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랑을 나눠주는 이들도 많다. 2008년부터 시작된 광주한의사회와의 인연이 대표적이다. 불철주야 24시간 아이들을 케어하는 선생님들의 건강을 염려해 봉사를 시작한 한의사 선생님들은 바쁜 진료 일정 속에서도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줘 그 힘든 코로나 시기도 견뎌낼 수 있었다.

15년간 계속된 광주시한의사회 나눔봉사단 원장님들의 사랑 가득한 진료 덕에 영아들의 호흡기 질환과 피부질환 등이 호전됐고 면역기능 역시 많이 높아져 양약 투약 일수가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아동을 돌보느라 자신들의 몸이 상하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며 열심히 일만 했던 선생님들의 피로와 관절통증, 허리디스크 등도 진료를 통해 많이 감소했다.

변호사 천사 이모와의 인연은 엄마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사연에서 시작됐다. 아이의 엄마 역시 출생신고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 홀로인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법 앞에서는 모든 게 능력 밖의 일이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부여잡고 싶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친모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그 때 변호사님을 만났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서류 절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모든 과정을 흔쾌히,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진행시켜 주었고 서울과 광주라는 먼 거리에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가정법원에서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세상에 태어나면 누군가에겐 평범하고 당연한 일이 또 누군가에는 당연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른들의 무책임 때문에 누군가는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을 수도 있고,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하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아이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묵묵히 도와준 변호사님 덕에 조만간 아이에겐 주민번호가 생기게 된다. 어른들의 욕심과 무책임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언제나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기꺼이 도와주겠다는 말과 함께 아이의 출생신고를 진심으로 축하해 준 변호사님을 우린 날개 없는 천사 변호사님이라 칭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를 온전하게 성장시키고 돌보기 위해서는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닌 이웃, 사회 구성원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우리 영아일시보호소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많은 이들의 사랑의 힘으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이어가길 바란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