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향기가 널리 퍼져나가다
2023년 11월 12일(일) 19:20
조선의 시인 아홉번째 시집 '담양, 인향만리 죽향만리' 펴내
“과거가 미래를 향해 현재에 살아 있는 곳, 담양은 말로만 듣는 것보다 직접 와서 보면 안다. 왜 다시 오고 싶은지”

조선의 시인은 담양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조 시인이 담양을 직접 답사하며, 몸소 체험하며 쓴 시를 묶은 시집을 펴냈다. 아홉번째 시집 ‘담양, 인향만리 죽향만리’(상상인)는 담양의 사람과 자연, 유물 등을 모티브로 상상과 인문의 깊이를 더한 작품집이다.

조선의 시인
무엇보다 ‘담양, 인향만리 죽향만리’라는 작품집 제목이 눈에 띈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담양의 향기가 널리 퍼져나감을 뜻하는 말로 시적인 표현이 눈길을 끈다.

조 시인은 “담양에서 오랫동안 시작 강의와 인문학 강의를 했던 연유로 담양은 언제와도 늘 푸근하며 아름다운 고장으로 다가온다”며 “담양을 알면 알수록 이전에는 몰랐던 매력이 새록새록 다가와 시 창작의 새로운 영감이 된다”고 말했다.

“탑신에 이끼가 돋아났다// 뜬 눈으로 천년을 꼿꼿이 선/ 석불 내부는 언제나 위태로웠다// 나는 지금 없는 아버지와 동거 중이다// 쓸모없는 돌로 무엇을 증명하려는지/ 세월을 되질하듯 어둠을 캐는 아버지는/ 더운 내 가슴 한가운데로 불면을 흘려보냈다// 수 세기에 걸쳐 깊어진 석불은/ 상처 입은 마음을 살피는 이 땅의 은자/ 가까워지는 걸음으로 속세를 향해 귀를 세우고 있다…”

위 시 ‘분향리 석불입상’은 담양군 가사문학면 분향리에 있는 유형문화재 제144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이 석불은 온화한 미소를 띈 표정이다. 비스듬히 서쪽을 향하고 선 모습은 시인에게 시적 상상력을 주었을 것이다. 작품 속 화자는 석불을 조각하던 석공의 모습을 “세월을 되질하듯 어둠을 캐는 아버지”로 치환한다. 그렇게 “수 세기에 걸쳐 깊어진 석불은 상처 입은 마음을 살피는 이 땅의 은자”로 현현된다.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유물들로부터 사라진 것들을 상상하고 나아가 그 상상을 통해 사라진 것들이 말하는 바를 들으며 이를 기록하고자 하는 시작 태도. 다시 말해 담양의 유물들이 은밀히 말해주는 사라진 것들로부터 시인은 시 쓰기의 영감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조선의 시인은 시집 ‘당신, 반칙이야’ , ‘어쩌면 쓰라린 날은 꽃피는 동안이다’, ‘빛을 소환하다』’, ‘꽃, 향기의 밀서’, ‘반대편으로 창문 열기’ 등을 펴냈으며 ‘시꽃피다’ 광주 시창작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