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이름, 방위명 대신 의미 담은 새 명칭으로 - 임택 광주 동구청장
2023년 11월 10일(금) 00:00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동구’를 검색하면 광주광역시 동구청은 물론 대구 동구, 인천 동구, 대전 동구, 부산 동구, 울산 동구 등이 뜬다.

그렇다면 ‘광주 동구’라는 명칭은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우리나라에 구(區)제가 도입된 이후 광주는 1973년부터였으니 올해로 50년째다. 각종 참고 문헌에 따르면 동구는 광주 남동부에 있는 자치구로, 방위(方位) 말고는 별다른 뜻이 없다. 금남로와 충장로의 명칭이 각각 금남군 정충신 장군의 군호와 충장공 김덕령 장군의 시호에서 따온 것에 비하면 밋밋한 작명이다. 이렇듯 동구, 서구, 남구, 북구 등 ‘동서남북’ 방위식 명칭의 자치구는 전국에 26곳가량 있다. 일정한 틀에 넣어 인위적으로 규격화하고 동질화하려는 획일주의의 산물인 셈이다.

이러한 틀을 과감히 깬 자치구가 바로 ‘인천 미추홀구’다. 지난 2018년 7월 1일 인천 남구 지역의 역사성과 고유성 등을 고려해 옛 지명인 ‘미추홀(彌鄒忽)’을 따서 50년 만에 인천 미추홀구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새로운 명칭에 따른 주민들의 혼란도 적지 않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명칭에 대한 거리낌도 없어지고 오히려 인천 남구만의 정체성이 담긴 ‘전국 유일’의 명칭을 주민들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 미추홀구는 정부의 행정구역 통폐합 정책에 따른 것이 아닌 자치구 스스로 명칭을 변경한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미추홀구를 시작으로 인천 자치구는 물론 부산 북구 등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마다 ‘명칭 변경’ 잰걸음에 나서고 있다. 광주에서도 무미건조한 방위 개념의 5개 자치구 명칭을 변경하자는 여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광주시청에서 각계각층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한 토론회에서는 “단순한 이미지 개선이 아니라 도시 이미지를 혁신하는 명칭 변경과 개명이 추진돼야 한다”면서 “지역 특색을 살리는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거주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새 이름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나왔다.

이와 함께 동구를 ‘서산(瑞山·서석산 상서로운 빛고을)구’ 또는 ‘동화(東和·동방의 태양 빛고을)구’로 개정하는 안이 제시됐다. 다만, 주민 공감대 형성과 의견수렴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천 미추홀구 역시 명칭 변경 과정에 있어 1차 주민 의견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더 많았으나 적극적인 홍보와 공감대 형성 노력으로 2차 주민 의견 조사 결과 찬성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발맞춰 동구는 최근 ‘동구민 구정 운영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해 명칭 변경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살펴봤다. 그 결과 응답자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현재 명칭에 만족하나, 방위명을 대체할 만한 명칭이 제시될 경우 수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들 중 희망하는 명칭은 ‘무등구’가 67.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충장구(23.7%)’, ‘서석구(8.6%)’ 순으로 집계됐다. 필자는 자치구 명칭을 무조건 바꾸자는 것이 아닌, 시대가 바뀐 만큼 획일적인 명칭보다는 ‘광주 동구의 진정한 자산, 행복의 조건, 미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보자는 제안을 해본다.

우리 동구가 그 첫걸음을 떼려면 무엇보다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한데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 명칭 변경 작업은 향후 광주 4개 자치구는 물론 타 지자체에도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록 자치구가 특별·광역시 내의 기초 자치단체이긴 하나 광주 동구를 붙여야 ‘통(通)’하는 시대는 지났다. 특히 충장축제, 5·18 사적지, 인문학당 등 유·무형의 문화자원이 풍부한 동구만의 특색 있는 정체성을 살리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고유한 명칭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곧 주민들의 애향심을 드높이고, 도시 브랜드(BI)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뜻이 있다면 마침내 이뤄낸다’는 의미의 유지경성(有志竟成)의 자세로 미래가 기대되는 희망도시 동구의 새 이름 찾기에 시민들도 한 마음, 한뜻으로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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