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철거된 ‘계림 육교’ - 이경재 전주대 경영대학장
2023년 11월 05일(일) 22:00
“김재식 지사님의 선물이란다~♪”(1절).

“정시채 시장님의 선물이란다~♪”(2절).

50여년 전 광주 계림초등학교 앞 육교 준공식 날, 5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이 노래를 불렀다. 며칠 전부터 연습하며 가사를 외웠던 노래이다. 당시에는 한 학급에 8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했으며 한 학년에 12개 반이 편성되었는데 교실이 부족해서 ‘아침 반’과 ‘낮 반’으로 나누어 교대로 등교해 수업했다. 이러다 보니 한 학교 정원이 5000명이 넘었는데 이 많은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이 노래를 불렀다. 50년 세월이 지나 나머지 가사는 모두 까먹었지만, 가사에 나오는 전남도지사와 광주시장 두 분의 성함만큼은 아직도 기억이 또렷하다(광주가 전남도에서 광역시로 독립되기 전임).

지금 생각해 보면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을 찬양하는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그 무리 속에서 이 노래를 불렀던 필자가 훗날 전남 도내 모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노래 속 찬양(?)의 대상이었던 그 시장께서 총장으로 부임하신 일이다. 이런 인연은 당시 대학 신문에까지 보도될 만큼 학교 내에서 자주 화젯거리가 되곤 했었다.

육교는 ‘번잡한 도로나 철로 위를 사람들이 안전하게 횡단할 수 있도록 공중으로 건너질러 놓은 다리(네이버 국어사전)’를 말한다. 보행자의 안전을 목적으로 하지만 또 한편으론 차량의 흐름을 끊거나 정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컸다고 한다. 사람보다 차량이 우선시 되는 때의 발상들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육교의 필요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금은 ‘차보다 사람이 먼저’로 인식이 바뀌었고 도시 환경(미관)도 중요시되면서 새로 육교를 만들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의 육교들도 철거하는 추세이다. 횡단하는 사람에게 안전은 하지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하는 불편이 따를 뿐 아니라 노약자나 장애인은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횡단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육교를 설치해야 하는 곳에는 돌아서 오르내릴 수 있는 경사로를 설치하거나 부지가 협소하여 경사로를 설치하기 힘든 구간에는 엘리베이터를 함께 설치하기도 한다.

계림 육교는 다른 육교와 차이가 나는 특징이 하나 있다. 올라가서 길을 건넌 후 도로 아래까지 내려가지 않고 바로 학교 운동장으로 연결되는 짧은 계단이 하나 더 있고 거기에 쪽문이 있었다. 운동장이 도로보다 높아서 가능한 구조이며 그런 면에서 다른 육교보다 편리성이 더 컸다.

전교 어린이회 간부들은 정문과 육교로 통하는 쪽문에서 주번(주마다 당번이 바뀜)을 서며 등교하는 학생들을 단속하기도 했다. 이때도 여학생들과 장난을 치며 육교 쪽문과 정문 사이를 쫓고 쫓겨 다녔었는데 그때의 추억이 아련하다.

이처럼 남다른 추억과 인연을 담고 있는 계림초등학교 앞 육교가 50여년 만인 지난 4일 밤에 철거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감회와 아쉬움이 크다. 특히 필자를 포함한 5남매가 모두 계림초등학교를 졸업한 동문이기까지 하니 5남매가 함께 간직한 마음속 선물을 다시 빼앗기는 듯해서 더욱더 아쉽다.

“새벽닭 홰쳐 운다. 계림 아들아! 노래를 불러라 발맞추어라”(계림 초등학교 교가에서).

육교 준공식 때 함께 노래를 불렀던 그 시절 친구들도 그립다. 그들도 계림 육교와 함께 많은 추억을 지니고 있을 텐데 철거 소식을 듣고 그때를 회상하며 많이 아쉬워할 것이다. 그리고 육교가 사라진 후에도 그곳에서 보냈던 소중한 순간들은 영원히 기억 속에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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