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작사가가 된 주민들 - 서향숙 아동문학가
2023년 10월 27일(금) 00:00
감자, 떡볶이, 라면, 물고기가 되었어요, 왕우산, 빛나고 빛나라···.

최근 발간된 동요집 ‘나도 작사가’에 실린 곡들이다. 이 곡을 만든 사람들은 평범한 주민들이다. 지금까지 동요 가사를 써본 적이 없는 주민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다양한 소재로 동요를 만들었다.

필자는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광주 동구청 평생교육원에서 ‘나도 동요 작사가’라는 강의를 맡아 주민들을 지도했다. 평생교육원에서 재미있게 진행된 강의에 익숙했던 주민들에게 처음 개설된 동요 작사는 낯선 것이었다. 담당자에 따르면 댄스 강의 등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처음 개설된 동요 강좌는 강의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 참여자 모집부터 힘들었다고 한다.

처음 10주간 20시간에 걸친 강의를 부탁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했다.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며 10여 년간 동요의 작사를 해 왔기에 덜컥 강의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 동안 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고 광주교육대학원에서 대학원생들에게 아동문학 강의를 해 온 터라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섣부른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의를 수락한 일을 얼마나 후회한지 모른다. 전국적으로 처음 개설된 강의이기에 강의 자료가 없어서 두 달 동안 강의할 내용을 준비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특히 동구 주민인 참여자들은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동요 작사 창작법을 배우는 걸 퍽 힘들어했다. 결국 결석이 잦은 학생 두 명은 탈락시킬 수밖에 없었다. 필자 역시 그간 학생들을 오랜 기간 가르쳐왔지만 백지 상태인 주민 학생들에게 동요 작사 쓰기법을 지도해 10주 안에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기에 스트레스를 무척 받았다.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흥미로운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고심을 많이 했다.

동요는 ‘어린이의 노래’라는 뜻이 있기에 어린이들에게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 동요는 형식, 내용에서도 동시와 달라야 한다. 동요 창작에서는 내용, 분절, 대구는 꼭 지켜야 한다. 동요의 내용적 성격은 노래에 가깝고, 즐거움을 담고, 동적이고, 내용이 밖으로 발산되어야 한다.

첫째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잘 써진 동요 작사의 예를 들어가며 동요 작사 창작법에 관한 이론 강의를 했다. 이어 지금껏 사랑받는 동요 작사들을 모아서 프린트해 나눠주고 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동영상 동요에 맞춰 학생들이 부르게 했다. 또 필자가 오랜 시간 작사한 많은 동요 곡들을 유튜브에서 다운받아 작사의 창작법에 따라 강조하는 점을 살펴보고 함께 동요를 부르며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처음엔 강의를 듣는 자체도 힘들어 했던 학생들은 점차 수업에 재미를 느끼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내심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또한 5주째부터는 제목을 주고 직접 가사 한 편을 써 보게 하고 합평수업을 진행했다. 마지막에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잘된 점을 칭찬해주니 학생들의 실력이 급진적으로 향상되어 갔다. 수업 때마다 자유 제목으로도 숙제를 내 주며 동시 작사 한 편씩을 써 오게 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작사 중에서 최종 3편의 동요 작사를 뽑고 계속 칭찬을 하며 다시 고쳐 써 보게 했다. 6명의 학생이 낸 동요 작사 18편 중에서 황성호 작곡가가 1편씩을 골라 멋지게 작곡을 해 주었다.

모두가 함께 어렵게 제작한 ‘나도 작사가’ 책자를 받아드니 그간의 힘들고 스트레스 받았던 일들이 커다란 선물로 보상받은 느낌이 들었다. 고생하며 강의를 듣고 ‘동요 작사가’가 된 김은희, 김초은, 백은희, 윤삼현, 김남숙, 배은정 님께도 축하드린다. 곧 주민들이 만든 멋진 동요 곡들이 음원으로 유튜브에 실려서 어린이와 어른들도 동요를 부를 거라고 생각하니 기대감이 크다.

각박한 일들이 생기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밝은 동요를 많이 부르게 되면 이 사회가 더욱 희망차고 명랑하게 변화되리라고 믿고 있다.

동구 평생교육원뿐만 아니라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 평생교육원에도 동요 작사가 과정이 개설돼 광주 시민들이 작사한 동요가 음원으로 제작되고 많이 불리워지길 희망한다. 또한 전국적으로 밝은 빛처럼 퍼져나가 많은 국민들이 동요 작사를 하고 작곡된 동요가 불리워지는 선한 영향력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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