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아(龍兒) 생가 연계해 문화관광벨트로 - 김용하 용아 박용철기념사업회 부이사장
2023년 10월 11일(수) 22:00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자 오곡백과가 익어 결실을 바라보듯 우리 주변에서도 그동안 미루었던 많은 일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각종 문화예술 행사가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다. 그러나 요란한 문화행사에 비해 정작 이 고장을 대표하는 훌륭한 문화 인물들에 대한 연구와 발굴을 통한 기본적인 선양 활동은 미약하여, 문화 경제적 소득 창출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광주시 광산구 소촌동에 용아(龍兒) 박용철(朴龍喆) 선생의 생가가 보존되어 있다. 선생은 1930년 사재로 문예잡지 시문학 3권, 1931년에는 문예월간 4권, 1934년에는 문학 3권 등 10권을 간행하는 등 시인, 문학비평가, 번역가로 활동했다.

‘떠나가는 배’ 등 식민지 설움을 묘사한 시를 발표하여 당시 유행하던 이데올로기적 모더니즘을 지양하고 김영랑, 정지용 등과 함께 시문학파를 결성하여 순수시 활동을 했다. 또한 그가 경영한 시문학사에서 1935년 같은 시문학 동인이던 정지용의 ‘정지용시집’과 김영랑의 ‘영랑시집’을 간행했다. 문단 활동으로는 시문학 동인 활동과 ‘해외문학파’, ‘극예술연구회’ 회원으로 참여하여 입센 원작의 ‘인형의 집’ 등 연극 공연을 위한 몇 편의 희곡을 번역하기도 하였다.

그는 정지용, 김영랑 등 동인들의 시집과 문예지를 간행해 주는 활동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작품집은 내지 못하고 1938년 서울에서 별세했다. 따라서 그의 시나 작품은 많지 않지만 일제치하의 척박한 현실에서 사비를 들여가며 문예지를 간행하여 우수한 문인들을 소개했고 많은 번역 시편 등을 통하여 해외문학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였다는 점은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선구적인 공적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시작, 출판, 평론, 번역, 희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서정성과 문학적 감성으로 문학지 출판 등 문화발전을 도모하고, 우리 말과 글을 통해 민족의 얼을 선양한 민족주의적 활동을 전개했는데도 용아 박용철 선생을 기리고 본받기 위한 광주 지역의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동안 민간단체인 용아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수십 회의 각종 행사와 매년 1000여 명이 전국적으로 참여하는 용아 백일장대회를 연 30회 이상 개최하면서 생가와 묘역관리 등을 해오고 있다. 특히 자손들과 연대하여 용아기념관 건립사업 추진, 시 단위 조례와 국가 기념문화재 사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나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해 아쉬운 일이다.

전남도에서는 용아 선생과 같은 시대에 교유하면서, 출판 지원을 받는 등 활동했던 강진의 김영랑 생가는 국가 기념문화재로 지정받아 비평문학관을 건립하고 주변지역을 정화하여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우리 광주에서는 아시아 문화의 중심도시라는 위상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과 행정당국의 무관심속에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답답한 실정이다.

특히 2018년 광산구청이 용아문학상을 제정해 제1회 수상자로 전 문화체육부장관인 도종환 시인을 선정하여 상금 2000만원을 수상하고 용아 박용철 선생 연구학자 7명에게 학술지원금으로 100만원씩을 지원하였으나 이후로는 예산 확보가 안돼 3년간 용아문학상을 중단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빚어졌다.

다행히 2021년 말 용아기념사업회 제2대 이사장인 최상준 회장이 1억 원의 상금을 쾌척, 2022년 맨부커 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한강씨를 제2회 용아문화대상 수상자로 시상했고 올해는 제3회 수상자로 백희나 작가를 선정해 12일 시상식을 거행한다. 아울러 용아 기념 전국 학술심포지엄과 용아 다큐멘터리 상영 등을 호남대학교에서 하게 된다.

이러한 모든 활동은 문화의 발전과 문학의 창달, 훌륭한 고장의 인물을 널리 선양해 고향의 명예를 드높이고자 하는 뜻있는 문인과 시민들이 십시일반 자발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이루어진 일이다.

앞으로 광주시와 광산구청 등 행정 당국이 나서 용아 생가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과 함께 인근 황룡강 늪지와 수변공원 어등산을 연계한 문화관광 자원벨트화로 예향 광주의 위상을 드높이고 관광 자원화로 지역경제 발전에도 일조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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