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노력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3년 10월 06일(금) 00:00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을 앞두고 막판 메달 경쟁이 치열하다.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가 대만에 완패해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됐고,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구와 농구도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재확인 했다. 그러나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핸드볼, 배드민턴, 근대5종, 수영, 펜싱, 양궁 등 선수들은 눈부신 투혼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메달의 색깔은 금 은 동 세 가지이지만 메달까지 이르는 과정의 사연은 수 만 가지다. e스포츠에 출전한 44살의 김관우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서야 “맨 날 오락실에만 다닌다”며 꾸중하던 어머니로부터 “잘했다”는 칭찬을 들었고, 21년 만에 한국 탁구의 메달을 금빛으로 바꾼 신유빈은 뒤집힌 태극기를 바로잡아 “애국심도 금메달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메달도 있다. 남자 롤러스케이트 3000m 계주에서는 ‘김칫국 세리머니’를 하다 0.01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치고 나서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스포츠 교훈을 되새겨야 했다.

흔히 노력과 성과를 논할 때 ‘1만 시간의 법칙’을 말한다. 한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는 하루에 3시간씩 10년 동안 노력해야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법칙은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 받을 것이라는 ‘공정한 세상 가설’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세상사는 말처럼 그렇게 공정하지 않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려면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성공에는 먼저 기회가 있어야 하고 여기에 조력자와 가정환경, 때, 문화, 행운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재능은 저절로 꽃피지 않는다. 노력 없는 성취 또한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은 메달 획득을 위해 1만 시간을 넘어 2만, 많게는 4만 시간 이상 열정을 불태웠을 것이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13일부터 목포 등 전남 곳곳에서 전국체전이 열린다. 내일의 영광을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모든 선수들을 응원한다.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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