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신성장의 관문, 무안국제공항 - 김현철 전남연구원 기획경영실장
2023년 10월 05일(목) 00:00
지난 23일,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대장정에 올랐다. 남송시대의 수도이자 1993년부터 전남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절강성(浙江省)의 성도(聖都)인 항저우(杭州)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 등과 함께 중국을 이끌어가는 중심도시다. 특히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를 비롯해 상업과 관광의 메카이자, 2022년 중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2위에 선정됐다.

중국 내 민영기업 활동이 가장 활발한 절강성은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불과 188억 달러에 머물렀던 GDP가 2022년 1조 600억 달러로, 중국 경제를 이끄는 4대 성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함께 동부 해안권 중심의 성장 정책과 맞닿으면서 최근에도 그 성장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절강성의 급격한 성장 이면에는 수많은 현급 도시들의 역할이 뒷받침하고 있다. 전 세계 소상품(일용잡화) 유통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이우(義烏)시가 대표적이다.

가난한 농촌에 불과했던 이우시는 1980년 대만 기업 진출로 소상품을 생산한 이래 1995년 이우소상품박람회를 계기로 국제무역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우시는 항저우로부터 120㎞, 물동량에서 부산항을 제친 영파항에선 180㎞ 거리에 위치해 있다. 2014년 고속철도 개통과 맞물려 유럽에 이르는 이우 서역(西驛)이 신설됨과 동시에 과거 군공항이던 이우공항이 국제노선 허가를 받게 됐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끄는 육·해·공 인프라가 완성됨으로써 이우시는 절강성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김영록 전남지사는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무안국제공항 간 정기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무역·투자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경학적 한계로 국가 성장축이 내륙 중심에서 해양으로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대륙의 시작이자 해양의 시작인 국토 서남권의 전략적 가치를 제고시키는 한편, 신해양시대 국가 신성장의 핵심거점으로 무안국제공항의 역할을 배가시키는 혜안을 펼친 것이다. 미·중 간 힘겨루기가 쉽사리 끝나지 않는 시점에 김영록 전남지사의 강단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사실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전남 지역공약 중 하나로 대한민국 관광·물류 4대 관문 공항으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지원하는 한편, 인근 지역에 항공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2005년에는 무안 일원에 한·중 간 공동으로 산업교역형 기업도시 조성을 통해 항공물류단지를 비롯한 첨단바이오 및 통합 의학단지를 개발한다는 구상도 추진됐다. 다만 여러 연유로 그 결말을 맺지 못했던 터라 지역공약으로 제시된 현재, ‘실현’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질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이우시 사례에서 보았듯 무안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한 서남권은 육로, 철로, 해로까지 갖춰져 있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펼칠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됐다. 전남도 또한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 예산을 대거 확보함과 동시에 우주항공, 해상풍력, 첨단바이오, 지능형농업 등 지역 특성에 기반을 둔 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국 부침의 과거를 교훈 삼아 무안국제공항 중심의 서남권을 지역과 국가를 넘어서는 협력형 성장모델로 육성함으로써 글로벌 전남, 나아가 동북아 신해양시대의 국가 신성장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현 정부의 외침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공약으로 제시한 전남과의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줄탁동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방을 살리는 것이 국가를 넘어 ‘글로벌 전남’으로 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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