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바둑 -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2023년 09월 25일(월) 23:00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바둑은 출발점인 포석에서부터 막판 끝내기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와도 닮은꼴이다. 승부가 나기 전까지 온갖 전술과 전략이 난무하고 고비마다 명암이 엇갈리며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는 것도 정치와 바둑이 갖는 공통점으로 볼 수 있다. 세력(집)의 규모로 승패가 갈리는 바둑과 민심의 지지세에 따라 정권 창출 여부가 결정되는 정치권의 생리도 비슷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26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게 된 것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여야의 명암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여권은 ‘야당 탄압’의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영장이 발부된다면 야권은 사법리스크의 현실화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둑의 시각으로 정치를 분석해보면 잘 보이는 경우가 있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정치판은 때로는 물러서며 타협하는 ‘세력 바둑’보다는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는 ‘싸움 바둑’과 닮았다. 한 집, 반 집 차이가 나는 계가(計家) 바둑이 아닌 한 쪽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불계(不計) 승부가 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정쟁의 피로감에 지친 민심의 후폭풍을 불러 내년 총선에서 여야 어느 한 편의 몰락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국회 회기중에 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꼼수’에 맞서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을 번복한 부결 요청보다는 가결을 당부하는 ‘정수’로 대응했다면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는 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결표 던진 의원들을 끝까지 추적, 정치생명을 끊을 것”이라는 이 대표 측근의 발언과 강성 당원들의 부결 인증 압박은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의 모멸감을 불러 체포동의안 가결을 이끈 대표적 자충수(自充手)로 분석된다. 민주당 지도부의 ‘배신자 응징’ 논리로는 위기 극복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과연 민주당이 추석 민심을 감동으로 이끌 통합과 결집이라는 ‘신의 한수’로 난국을 타개해 나갈지 주목된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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