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목소리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3년 09월 19일(화) 22:00
며칠 전 시골 처가에 홀로 사시는 장모님을 찾았다가 가슴 뜨끔 한 이야기를 들었다. 얘기는 이렇다. 장모가 ‘홀몸 노인’이라 군청에서 안부 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생활보호사가 직접 하던 것을 요새는 AI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봇이 안부를 전하는데, 당신의 이야기도 잘 알아듣고 대답도 곧잘 하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단다. 그런데 이것이 여러 차례 반복되니 차츰 싫증이 나고 좋지 않더란 얘기다. 전화기로 들려오는 기계음의 성의 없는 목소리가 불쾌하고 귀찮기까지 하다고 했다.

그동안 자주 찾지 않고 안부 전화도 없었던 것을 책망하는 소리인가 했지만 곰곰이 짚어보니 한편으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목소리, 그것이 문제인 것 같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AI의 목소리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목소리로 실제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거나 합성하는 것이 아닌 탓에 감정이 담기는 인간 본연의 목소리와 똑같을 순 없다고 한다. 성우나 배우의 음성을 학습한다 하더라도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설픈 억양과 부자연스러운 AI 목소리는 오히려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인간과 어설프게 닮은 대상을 오히려 인간과 닮지 않은 대상보다 혐오하는데, 인형이 공포물에 많이 쓰이는 것도 이러한 심리 반응을 이용한 사례의 하나라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은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본능적으로 주목하기 때문에 이에 과민반응해 호감을 얻기 어렵고, AI 목소리가 좋게 들릴 리 없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장모가 가졌던 이유 없는 불쾌감의 원인도 이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추석이다. 고향을 찾아 부모님과 형제자매 등 그리운 이들을 보게 되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정감 어린 안부 전화로 애정을 표현해 보는 게 어떨까. 정 없는 AI 목소리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는가.

/김대성 제2사회부장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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