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밥상에 담긴 고단함…고물가에 부실해진 ‘한 끼’
2023년 09월 19일(화) 20:55 가가
광주·전남 취약계층 저녁 밥상 보니
공과금 내면 남는 돈 10여만원
김치 등 세가지 반찬과 콩밥
아들 생일 케이크는 꿈도 못꿔
반찬 가짓수 안늘리고 버텨
지자체 나서 대책 마련 시급
공과금 내면 남는 돈 10여만원
김치 등 세가지 반찬과 콩밥
아들 생일 케이크는 꿈도 못꿔
반찬 가짓수 안늘리고 버텨
지자체 나서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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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모씨가 차린 저녁상. |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광주·전남지역 취약계층 밥상이 위협받고 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지역 취약계층은 고물가에 외식은 꿈도 꾸지 못하고, 최근 식재료 가격이 폭등한 탓에 밥 한끼 제대로 먹기 힘든 실정이 된 것이다.
박순애(여·78·산수동)씨의 18일 저녁 밥상은 김치 등 세 가지 반찬과 콩밥뿐이었다.
박씨는 이웃에게 선물받은 묵은지와 시장에서 5000원 주고 떨이로 사 온 파김치, 1만원짜리 미역으로 담근 냉채 등 총 1만 5000원이 안 되는 밥상으로 한 달을 버틸 계획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점심은 친구 집에 들러 고구마로 때우고, 아침 저녁에는 집에서 김치만 놓고 때우기도 한다.
생일상은 호박잎 나물, 오므라이스, 계란볶음밥, 멸치볶음만으로 차렸다. 호박잎은 나주재활센터에서 알게 된 지인이 나눠준 것이며, 계란·우유·콩 또한 나주보건소 ‘영양플러스’ 사업을 통해 받아왔다.
감씨는 “고기는 너무 비싸 꿈도 못 꾸고, 아들이 좋아하는 우유를 많이 주고 싶어도 몇 달 전 한 병에 5000원이었는데 6700원으로 올랐다”며 “장을 보러가서 아이들이 과일을 좋아하는데 도저히 살 수 없었다. 포도 한 상자는커녕 한 송이에 8000원, 샤인머스켓은 1만원을 넘길래 발길을 돌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은숙희(여·66·지원동)씨는 남편(68)과 둘이 먹는 저녁상에 동탯국과 김치, 양배추, 풋고추, 장류만 올렸다.
최근 양배추 가격이 2000원에서 4000원대로, 동태 가격도 3000원대에서 6000원대로 두 배씩 올라 반찬 가짓수를 줄였다는 것이다.
은씨는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며 한 달 70여만원 급여 받는 것이 수입의 전부인데, 생활이 빠듯해 당장 식비부터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씨는 “남편은 크게 다쳐서 일 못 하는데 의료급여만 받고 기초수급지원금도 못 받고 있다. 그나마 집은 LH전세를 얻어 살고 있어 월세가 안 나가 천만다행”이라며 “한 달 식비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계산해 본 적 없으나, 최대한 반찬 가짓수 안 늘리고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정모(64·순천시)씨도 18일 저녁식사를 어묵볶음, 콩자반, 멸치볶음, 김치만으로 해결했다.
정씨는 “16년 째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면서 올해처럼 힘든 때는 처음”이라고 했다. 반찬거리를 싼 가격에 구하려고 장터, 로컬푸드, 식자재마트 등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해 보기도 했으나 도무지 값싼 반찬을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씨는 “3000원어치 나물거리를 장에서 사서 무쳐먹기를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크게 올라 같은 양의 나물이 1만원에 달하자 나물조차 못 먹고 있다”며 “값이 비교적 싸다는 5일장 등 지역 장터에 들러도 고기나 생선 등은 한 달에 한 번 살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0~2%대로 물가 상승폭이 크지 않았으나 지난해부터는 5.1%로 뛰었다. 올해 또한 8월 기준 3.4%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광주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9만 5876명을 기록했는데, 지난 2018년 7만 2757명에서 5년 새 31.7% 급증했다. 전남 또한 지난 2018년 8만 4819명이던 수급자 수가 올해 10만 6862명으로 25.9% 늘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제유가 상승, 폭염·폭우 등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고물가가 이어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취약계층이다”며 “지자체와 복지단체가 나서 취약계층의 먹을거리를 챙기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