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남는 영암 일가족 사망사건
2023년 09월 17일(일) 19:39
성범죄 혐의 변호사 선임해 놓고 극단 선택?
“장애 아들 3명 부양 힘들다” 종종 말하기도
주민들 “긍정적이고 돕는 것 좋아했는데…믿을 수 없어”

영암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일가족 5명 사망사건’ 2차 현장감식이 진행된 지난 16일 경찰이 범행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영암=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영암에서 발생한 일가족 5명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가장 A(59)씨가 가족을 해치고 음독한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범행동기가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지난 15일과 16일 찾은 영암의 한 마을 주민들은 모두 “오랫동안 함께 살았지만 A씨는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다.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A씨의 범행동기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A씨의 성범죄 입건이다. A씨가 성범죄 피의자로 몰리자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가 성범죄 수사를 앞두고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출두 일정을 조율했다는 점에서 단순 비관으로 인한 범행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성범죄 혐의로 입건된 사실이 가족에게 알려져 가족불화를 겪은 게 사건의 단초가 됐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A씨가 최근 집에서 가족과 크게 다투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A씨가 구속수사를 받게 되면 자신 외에 가족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점을 비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가 종종 장애를 가진 자녀 3명을 홀로 부양하는 것이 힘들다는 등의 발언을 해왔다고 한다.

이웃 주민들은 하나같이 A씨가 극단적인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주민 B씨는 “김씨가 아버지 대부터 50년 넘게 인근 마을에서 살면서 마을 사람들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며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아 마을 주민들 집에서 전기, 보일러가 고장나면 항상 먼저 나서서 고쳐주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C씨는 “김씨가 지난 2021년부터 마을 이장과 함께 마을 대소사를 관장하는 새마을지도자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2년 임기를 채우고 올해 다시 재선될 만큼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고 전했다.

A씨 집과 150여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D씨도 “A씨는 오가며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고 미소를 지을 뿐 아니라 장난을 치기도 하는 등 유쾌한 사람이었다”며 “인근 마을에서도 어르신들이 A씨를 매사 긍정적이고 사람 좋다고 평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를 성범죄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사람과도 매일 붙어다니며 ‘형·동생’하던 단짝이었는데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또 “성범죄 신고자의 집도 A씨가 구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 등을 진행해 정확한 범행동기 등을 밝혀낼 방침이다.

/영암=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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