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담아 주세요” 용기 내서 용기 들고 가게로
2023년 09월 09일(토) 20:00
몸소영 <3> 용기내 챌린지

개인 용기에 포장한 엽기떡볶이.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 1인 가구로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양이 매우 많다. 메인 요리뿐만 아니라 각종 사이드까지 하나하나 플라스틱 통에 포장되어 있기에 단 한 번의 주문에도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말을 맞아 본가에 가서 충격을 받았다. 우리집보다 3인 가구의 분리수거 양이 더 적었기에.

9월 6일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용기내 챌린지’를 시도했다. 용기내 챌린지는 음식 포장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용기(勇氣, courage)를 내서 용기(容器, container)에 식재료나 음식을 포장해 오는 운동이다. 지난 2020년 배우 류준열이 SNS에 용기내 챌린지를 인증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요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도 안 본다. 마트에서 채소 및 과일을 구매하면서 담아올 천주머니나 에코백도 마땅찮다. 식재료를 포장해 오는 일은 시도조차 못하고 포기했다. 대신 매 끼니 음식 포장을 도전했다.

광주시가 공공배달앱 위메프오와 연계해 ‘다회용기 이용 이벤트’를 지난 6일부터 진행했다. 위메프오에서 다회용기나 개인용기로 식음료를 배달 주문하거나 포장한 뒤 사진 후기를 남긴 시민에게 3000 포인트를 지급해주는 방식이다. 당연히 참여했다.

개인 용기에 포장한 김밥.
앱에서 ‘내용기픽업’ 가능 매장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이 힘들었다. 우리집엔 충분한 다회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반찬 수가 많으면 안 됐다. 결국 선택한 메뉴는 김밥이었다.

출근 전 앱을 통해 ‘내용기포장’이 가능한 김밥집을 골라 포장 주문을 했다. 사장님께 ‘내용기포장 할게요’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그런데 다회용기를 들고 가게에 도착하니 김밥이 이미 포장된 상태였다. 사장님은 ‘내용기포장’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며 김밥을 용기에 바로 옮겨주셨다. 사장님에 따르면 개인용기를 가지고 온 사람이 그전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텀블러에 포장한 커피.
커피도 텀플러로 포장했다. 아직은 더운 날씨라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긴 커피 속 얼음은 금세 녹기 일쑤였다. 플라스틱 컵 표면에 맺힌 물이 흘러내리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런데 텀블러를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불편함이 모두 사라졌다. 얼음이 녹지 않아 아메리카노는 시원하게 유지됐으며 맛이 연해지지도 않았다. 책상 한 곳이 물로 흥건해지지도 않았다.

사실 지난주에 용기내 챌린지를 시도하려고 했다. 메뉴를 떡볶이를 정하고 집을 다 뒤졌으나 마땅한 다회용기가 없었다. 고민 끝에 집에 있는 가장 큰 용기(?) 궁중팬을 냅다 챙겼다. ‘운전 중 갑자기 급정거를 해서 차 안이 음식물 범벅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도 함께였다.

원래 떡볶이를 담으려고 챙겼던 궁중팬.
그런데 또 이 세상이 나의 챌린지를 돕는 게 아닌가. 글라스락 용기를 구매하면 엽기떡볶이 기프티콘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결국 넉넉한 용량의 다회용기를 구매했다.

이날 저녁, 아직 기프티콘을 받지는 못했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었다. 이벤트가 진행 중인 터라 떡볶이 포장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혹시 몰라 단무지용 용기도 챙겼지만 플라스틱에 포장된 단무지를 받았다.

떡볶이가 매워서 차가운 걸 먹어야 했다. 또 개인용기를 지참한 채 프랜차이즈 빙수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직원은 개인용기 포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그 이유를 묻는 목소리가 떨렸다. “본사 방침이 그렇다”는 답변을 들었다.

개인 용기에 포장이 거절 당해 일회용품에 빙수를 포장해온 모습.
마감 시간에 임박했던 터라 결국 일회용품에 포장해와 뜨거운 속을 달랬다. 쓰고 보니 용기내 챌린지 후기인지 식단 기록인지 조금 헷갈린다.

완전한 제로웨이스트에는 실패해 아쉬웠다. 그럼에도 쌓여있는 설거지거리에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용기내 챌린지에 시도하지 않았다면 모두 쓰레기로 나왔을 양이었다. 문득 ‘설거지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분리수거하기 전에도 어차피 설거지해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일회용품에 물든 빨간물은 잘 빠지지 않아 더 고생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일상 속 용기내 챌린지를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물론 음식양을 미리 가늠하기가 어려워 어떤 용기를 챙겨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본 반찬이나 사이드 메뉴를 위한 용기를 모두 챙기는 것이 번거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배달 어플 후기 사진을 꼼꼼히 살펴본다면 해결될 터다. 혹시라도 용기내 챌린지가 거절 당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리 가게에 전화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큼지막한 큰 용기를 구매했기에 용기(容器, container)를 내밀 용기(勇氣, courage)가 생겼다. 이 용기에 담길 떡볶이, 찜닭, 아구찜, 족발 등 음식들을 생각하니 설렌다.

/문소영 기자 mso@kwn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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