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로는 수긍해도 마음이 거부하는 말- 박진영 공감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2023년 09월 08일(금) 06:00 가가
한 할머니가 100번째 생일을 맞았다. 자식들이 축하연을 열기로 하고 말을 꺼냈더니 버럭 화를 냈다. “내가 벌써 그렇게 나이를 먹었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딸이 “엄마, 저도 여든이 되었어요”라고 했더니 “그건 너 얘기고”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인데, 누가 지었는지 사람의 마음을 잘도 짚었다.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당사자는 그 나이에 이르렀다는 것이 꼭 즐겁지만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두렵고 슬픈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용재총화’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는 필자의 책 ‘결정적 말실수’에도 썼던 것이다.
조선 세종 때 판중추부사 벼슬을 하고 있던 민대생이란 분이 아흔 살을 맞았다. 그해 정월 초하루에 조카, 손자들이 와서 세배하고 ‘오래 사시라’고 축수를 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백 살까지 사시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민대생은 버럭 화를 내면서 “내 나이 지금 90이니 100살까지 살라면 앞으로 10년 밖에 더 살지 말라는 말이 아니냐. 그런 박복한 말이 어디 있느냐”라고 하면서 쫓아내버렸다. 그다음 사람이 들어가 절하고는 “100살까지 사시고, 또 한번 100세를 누리십시오” 라고 하자 민대생은 그제서야 “축수를 하려면 그렇게 해야 도리지”라고 기뻐하면서 음식을 잘 차려 먹여 보냈다고 한다. 말을 잘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말은 듣는 사람의 감정과 욕망까지 고려해서 해야 한다.
얼마 전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발언이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혁신위 청년좌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둘째 아들이 올해 22살인데 중학생 때 이런 질문을 하더라. ‘왜 나이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며,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여명까지’로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되게 합리적이죠?”라고 사람들에게 되물었다. 그는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1 표결을 해야 하느냐”고 말하고, “(아들에게)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 선거권이 있어 할 수 없다,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그 의사가 표시된다고 결론지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말은 논리적으로 살펴보면, 얼마든지 문제제기 해볼 만한 사안으로 보인다. 누가 논문으로 썼다면 토론의 대상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 현장에서는 거론된 당사자들의 정서적 반응을 불렀다. 여당인 국민의힘 쪽에서 ‘노인폄하’,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결국 김 위원장이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어설프게 말씀드리고 마음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사람은 이성을 가진 존재이지만 감정의 동물이기도 하다. 비판이나 비난이 아무리 정곡을 찌른 것이라 해도 그것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비난받을 일이 아닌데, 지적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참기 어렵다. 그러므로 상대가 듣기 싫은 말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약점을 거론할 때는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사람의 실언을 연구하면서 필자가 파악한 것 가운데 하나는, 어떤 집단을 싸잡아 비판하거나 비난할 때 특히 역풍이 크게 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집단 구성원의 감정에 상처를 입히는 말은 불을 지르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7월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가 연 실업급여제도 개선 공청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박대출 정책위 의장은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날 한 강연회에서는 “(실업급여를 받으러 오는) 한 부류는 아주 밝은 얼굴로 온다고 한다. 실업급여를 받아서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젊은이들의 반발과 비난이 쏟아졌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너무 높으니 개선하자며 연 공청회였는데, 실업급여를 받는 젊은이들을 싸잡아 악마화하는 ‘시럽급여’같은 거친 표현이 거센 역풍을 불러온 것이다. 소득이 없는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의 착잡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말은 신중해야 한다.
사람은 이성을 가진 존재이지만 감정의 동물이기도 하다. 비판이나 비난이 아무리 정곡을 찌른 것이라 해도 그것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물며 비난받을 일이 아닌데, 지적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참기 어렵다. 그러므로 상대가 듣기 싫은 말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약점을 거론할 때는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사람의 실언을 연구하면서 필자가 파악한 것 가운데 하나는, 어떤 집단을 싸잡아 비판하거나 비난할 때 특히 역풍이 크게 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집단 구성원의 감정에 상처를 입히는 말은 불을 지르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7월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가 연 실업급여제도 개선 공청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박대출 정책위 의장은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날 한 강연회에서는 “(실업급여를 받으러 오는) 한 부류는 아주 밝은 얼굴로 온다고 한다. 실업급여를 받아서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젊은이들의 반발과 비난이 쏟아졌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너무 높으니 개선하자며 연 공청회였는데, 실업급여를 받는 젊은이들을 싸잡아 악마화하는 ‘시럽급여’같은 거친 표현이 거센 역풍을 불러온 것이다. 소득이 없는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의 착잡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말은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