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 공개해야 하는 이유 - 조진상 동신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2023년 09월 06일(수) 00:00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의 회의 공개 등을 담은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최근 광주시의회 상임위인 산업건설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으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을 공개하는 전국 첫 사례가 된다.

이번 개정안 통과 전까지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거웠다. 최근 광주 도심 상업지역에 30~40층 대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이 모든 책임을 도시계획위원회가 짊어져야 할 것인가. 적절한 도시계획 심의 기준이나 지침이 없거나 미흡한 것에 사실 더 큰 책임이 있다. 건축위원회, 교통위원회 등 다른 위원회의 일부 책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표 선수로 인식된 도시계획위원회가 이 비난을 대부분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분명 억울할 수도 있지만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동안 도시계획위원회는 밀실 운영으로 알려졌다. 업자에게 끌려다니고 행정의 눈치를 보는 위원회라는 오해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부정적 인식을 한꺼번에 불식시키는 좋은 대안이 바로 도시계획위원회의 투명한 공개다.

위원회 공개에는 회의 공개와 회의록 공개 두 가지가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법 제113조 2항에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주시에서는 조례에 회의 1개월 후 공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프라이버시 보호다. 이 조항은 논란이 되지 않는다. 이름을 가려서 공개한다고 해서 문제를 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현저하게’ 투기를 유발할 우려가 있을 경우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안건들이 공개되면 실제로 투기를 유발할까. 필자는 지난 해 말까지 6년간 광주시 도시계획 위원으로 활동했다. 필자가 다뤘던 수백 개의 안건중에서 투기를 유발할 만한 안건은 기억에 없다.

‘현저’하기는 커녕 ‘보통’ 수준의 투기를 유발할 거라고 예상되는 안건도 없었다. 공개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안건이 ‘현저하게 투기를 유발할 우려가 있었는지’ 제시하라. 정말로 그런 우려가 있는 안건이라면 건별로 비공개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모든 도시계획 안건을 ‘투기유발’을 핑계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법적 근거도 없거니와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결정이다.

이 두 가지 이유 말고는 회의록은 원칙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공개되고 있는 회의록은 너무 축약되었거나 생략되어서 줄거리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논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의회에서 제공하는 회의록 정도면 좋겠다.

회의 공개에 대해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법에서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지자체의 재량에 맡긴다는 뜻일 거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외국의 도시들도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다. 도시계획위원회를 비밀리에 운영해야 할 다른 이유가 없다. 그런데 광주도시계획조례에는 회의를 비공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심지어는 누설금지 조항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광역단체 중에서 광주시와 울산시 뿐이다.

어떤 이는 회의가 공개될 경우 발언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광주 도시계획 위원은 공모 방식으로 모집한다. 회의가 공개된다고 해서 발언이 위축될 정도라면 공모에 응하지 않으면 된다. 소신 발언에 제약이 따른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소신 발언이란 회의가 공개돼도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도시계획 결정은 토지 소유자나 도시 미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권한에 걸맞게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 다른 도시도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른 도시가 그렇다고 해서 광주가 공개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른 도시들은 부결 또는 재심율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비해서 광주는 일단 상정되기만 하면 반드시 통과된다는 오명도 있다. 회의 공개는 이런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도시계획위원회 공개는 시대적 요청이다. 위원회에 대한 불신은 공개를 통해서 깨끗하게 해소할 수 있다. 학식있고 양심있는 대다수 도시계획 위원들이 자원봉사에 가까울 정도로 공익 증진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하고 있는데도 괜히 오해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