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8월 30일(수) 22:00
이데올로기라는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앙투안 루이 클로드 데스튀트 드 트라시 백작이다. 1754년 태어나 1836년에 삶을 마감한 그는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로 귀족이자 군인이었다. 프랑스혁명 당시 귀족 측 대의원을 맡았고, 나폴레옹 치하에서는 원로원의 일원, 왕정복고 후에는 귀족의 대열에 오른 대표적인 기득권층이었다. 그는 감각과 관념을 중시하는 관념학을 주장했다.

좌파와 우파라는 개념 역시 프랑스에서 비롯됐다. 1791년 9월 공포된 프랑스 헌법에 근거해 10월 첫 선거가 실시돼 입법의회가 구성됐는데 중도파가 340석, 입헌군주제를 지키려는 온건파인 푀양파가 240석, 국왕없이 공화제를 주장하는 자코뱅파가 130석을 차지했다. 푀양파가 주로 의사당의 우측에 앉았고 자코뱅파는 주로 좌측에 앉았는데, 이로 인해 온건한 세력은 우파, 급진적인 세력은 좌파라고 부르는 관행이 생겼다.

서양에서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로 인한 갈등과 마찰을 겪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말 산업혁명 이후다. 생산수단을 가진 부르주아가 이윤 추구에만 매달리면서 노동력을 제공했던 프롤레타리아는 저임금과 열악한 주거 등으로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자본이 중심이 되는 세계관에 대응해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공산주의를 들고 나온 것이 19세기 중반이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대립의 추는 개인의 자유, 사유재산 인정, 경쟁 체제 등의 장점을 가진 자본주의로 이미 기울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좌파와 우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등은 20세기 기나긴 냉전을 거쳐 세계 곳곳에 각기 다른 형태와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데올로기 대립이 상호 견제와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져 세계 평화, 국가의 성장·발전, 국민 삶의 질 향상 등에 기여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이데올로기에 편승해 권력, 이익을 견고히 하려는 정치세력 때문일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열린 사회, 포용 국가로 가기를 바란다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극단주의, 전체주의, 권위주의일 것 같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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