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와 나무 - 이중섭 소설가
2023년 08월 30일(수) 00:00 가가
여름 날씨가 무섭다. 섭씨 35도를 쉽게 넘나든다. 햇볕도 따갑다. 점심을 먹고 직장 동료와 나무 아래 쉬고 있었다. 한철을 맞은 매미가 사방에서 시끄럽게 울어댔다. 우리가 앉은 나무줄기에도 대여섯 마리가 붙어 있었다.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눈과 머리, 날개의 맥 등 어디 하나 세련되게 생기지 않았다.
“매미를 보면 왠지 구석기시대가 떠오르지 않아?”
직장 동료는 또 이 양반이 무슨 얘기를 하려나 하며 쳐다보았다.
“생김새가 아주 옛날부터 끈질기게 살아남은, 꼭 화석 같은 느낌이 들거든.”
그 동료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매미들이 나무 위에서 이렇게 많이 울어대는데 땅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매미 유충이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뻗어나갔다.
“봐봐. 매미들이 일주일마다 한 무리로 나무로 올라가 일주일을 살고 나면 다음 주에는 다른 매미들이 차례로 올라오는 걸까?”
직장 동료는 잠깐 생각해 보더니 자신 없는 듯 아마 그러겠죠, 한다.
“매미 열 마리를 한 분대로 치고 자, 오늘은 1분대 열 마리 출발, 그 다음 일주일 후에는 2분대 출발, 자 다음 분대 준비하고. 착!착!착!”
군대처럼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을 매미들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아니면 매일 매일 제각각 나무로 올라올까?”
직장 동료는 매일 나오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고 말을 바꾼다.
“여름 내내 일주일 단위로 순서에 맞춰 올라온다고 하면 그것만 해도 도대체 몇 마리야?”
나는 얼른 계산을 해본다. 여름을 3개월로 치면 90일이다. 매미들이 7일 간격으로 세상에 나오면 약 13개 분대가 나올 수 있다. 한 분대를 10마리로 치면 한 해 여름에 한 나무에서 삶을 노래한 매미 수가 대충 130마리다.
나무 아래 땅속에도 내년에 나올 130마리, 그 후년에 나올 130마리, 이렇게 7년간 있을 굼벵이가 910마리인데 계산 편하게 900마리로 하자. 물론 어림잡아 대충한 숫자다. 땅을 팠을 때 나무뿌리 주위로 굼벵이들이 우글우글하게 모여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순간 내가 굼벵이처럼 7년을 땅속에 웅크리고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소름이 돋았다.
직장 동료는 내 계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뭔 그런 생각을 하냐며 실실, 웃었다. 땅속도 그렇지만 나무 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생물이 살고 있을까.
페터 볼레벤의 ‘나무 수업’에 이런 사실이 적혀 있다.
“나무 생물학자 마르틴 고스너 박사가 바이에른 숲 국립공원을 찾아가 키가 52미터에 (사람 가슴 높이의) 직경이 2미터인 수령 600여 년의 고목에 약을 살포하였다.(중간 생략) 죽어 나자빠진 곤충들이 바닥으로 우르르 떨어졌고, 그 광경을 통해 엄청난 종이 그 나무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려 257종, 2041마리의 곤충이었다.”(170 페이지)
이런 사실은 곤충이 활동하지 않는 겨울철에도 그에 못지않은 유충이 땅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 위와 땅속에 많은 곤충의 삶이 공존하고 있다는 상상에 뭔가 자연의 신비가 보일 듯 가깝게 느껴졌다.
“그런데 혹 우리 인간도 지구에서, 더 나가 우주에서 매미와 같은 삶을 사고 있지 않을까. 인간 몸뚱이로 사는 것을 백 년으로 치고, 인간의 육체가 아닌 영혼이나 뭐 다른 것으로 매미 유충의 7년에 해당하는 700년 동안 있다가 다시 인간이 된다면 이 또한 얼마나 인간의 삶이란 것이 짧기도 하고 암울하고 기가 막힐까.”
가만히 듣고 있던 직장 동료가 먼저 일어서며 한마디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하여간 글 쓰는 사람들은 쓸데없이 별걱정을 다해요.”
모든 매미가 7년에 한 번 세상에 나와 7일간 울어대는 것은 아니다. 1년이나 3년 혹은 4년 그리고 아주 소수는 17년 주기로 나오는 매미도 있다. 알도 200~600개씩 낳는다. 나무에 사는 다른 곤충들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나는 나무 아래에 앉아 나무 위의 세상과 나무 아래 보이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며 서로 공존하는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보았다.
직장 동료는 또 이 양반이 무슨 얘기를 하려나 하며 쳐다보았다.
“생김새가 아주 옛날부터 끈질기게 살아남은, 꼭 화석 같은 느낌이 들거든.”
그 동료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매미들이 나무 위에서 이렇게 많이 울어대는데 땅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매미 유충이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뻗어나갔다.
직장 동료는 잠깐 생각해 보더니 자신 없는 듯 아마 그러겠죠, 한다.
“매미 열 마리를 한 분대로 치고 자, 오늘은 1분대 열 마리 출발, 그 다음 일주일 후에는 2분대 출발, 자 다음 분대 준비하고. 착!착!착!”
“아니면 매일 매일 제각각 나무로 올라올까?”
직장 동료는 매일 나오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고 말을 바꾼다.
“여름 내내 일주일 단위로 순서에 맞춰 올라온다고 하면 그것만 해도 도대체 몇 마리야?”
나는 얼른 계산을 해본다. 여름을 3개월로 치면 90일이다. 매미들이 7일 간격으로 세상에 나오면 약 13개 분대가 나올 수 있다. 한 분대를 10마리로 치면 한 해 여름에 한 나무에서 삶을 노래한 매미 수가 대충 130마리다.
나무 아래 땅속에도 내년에 나올 130마리, 그 후년에 나올 130마리, 이렇게 7년간 있을 굼벵이가 910마리인데 계산 편하게 900마리로 하자. 물론 어림잡아 대충한 숫자다. 땅을 팠을 때 나무뿌리 주위로 굼벵이들이 우글우글하게 모여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순간 내가 굼벵이처럼 7년을 땅속에 웅크리고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소름이 돋았다.
직장 동료는 내 계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뭔 그런 생각을 하냐며 실실, 웃었다. 땅속도 그렇지만 나무 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생물이 살고 있을까.
페터 볼레벤의 ‘나무 수업’에 이런 사실이 적혀 있다.
“나무 생물학자 마르틴 고스너 박사가 바이에른 숲 국립공원을 찾아가 키가 52미터에 (사람 가슴 높이의) 직경이 2미터인 수령 600여 년의 고목에 약을 살포하였다.(중간 생략) 죽어 나자빠진 곤충들이 바닥으로 우르르 떨어졌고, 그 광경을 통해 엄청난 종이 그 나무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려 257종, 2041마리의 곤충이었다.”(170 페이지)
이런 사실은 곤충이 활동하지 않는 겨울철에도 그에 못지않은 유충이 땅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 위와 땅속에 많은 곤충의 삶이 공존하고 있다는 상상에 뭔가 자연의 신비가 보일 듯 가깝게 느껴졌다.
“그런데 혹 우리 인간도 지구에서, 더 나가 우주에서 매미와 같은 삶을 사고 있지 않을까. 인간 몸뚱이로 사는 것을 백 년으로 치고, 인간의 육체가 아닌 영혼이나 뭐 다른 것으로 매미 유충의 7년에 해당하는 700년 동안 있다가 다시 인간이 된다면 이 또한 얼마나 인간의 삶이란 것이 짧기도 하고 암울하고 기가 막힐까.”
가만히 듣고 있던 직장 동료가 먼저 일어서며 한마디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하여간 글 쓰는 사람들은 쓸데없이 별걱정을 다해요.”
모든 매미가 7년에 한 번 세상에 나와 7일간 울어대는 것은 아니다. 1년이나 3년 혹은 4년 그리고 아주 소수는 17년 주기로 나오는 매미도 있다. 알도 200~600개씩 낳는다. 나무에 사는 다른 곤충들도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나는 나무 아래에 앉아 나무 위의 세상과 나무 아래 보이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며 서로 공존하는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