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보물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3년 08월 27일(일) 23:00
공주 석장리 유적은 1960년대 한반도에서 첫 발굴된 구석기 사적이다. 현재까지 발견·발굴된 구석기 유적은 200여 곳에 달하지만 5곳만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순천 월평 유적은 2004년 영·호남 지역에서 처음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국내에서는 석장리, 연천 전곡리, 파주 가월·주월리, 단양 수양개 유적에 이어 다섯 번째다.

월평 유적 면적은 월암리 월평마을을 중심으로 17만 6521㎡에 달한다. 구석기, 청동기, 철기 등 발굴 유물로 미뤄 4만년 전부터 삼국시대 직전까지 역사를 간직한 타임캡슐로 통한다. 1998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네 차례 발굴에서 유물 1만 6262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기 구석기 시대를 대표하는 슴베찌르개와 나뭇잎 모양 찌르개, 갈판을 비롯해 돌등잔, 흑요석(黑曜石) 등이다. 돌등잔은 불을 조리가 아닌 조명용으로 사용했음을 시사하는 유물이다. 흑요석은 일본 규슈가 원산지로 순천 구석기인들의 폭넓은 교류·교역망을 엿보게 한다. 흑요석은 화산 활동의 산물로 가공해 무기를 만들거나 자르는 물건을 만드는데 쓴다.

최근 순천만 생태문화교육원에서 제11회 아시아 구석기학회 국제 학술대회가 열렸다.13개국 연구자 123명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 주민들의 남다른 문화재 사랑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월평 유적 소재지인 외서면 주민들은 사적 지정 3년 전인 2001년 12월 월평유적보존회를 결성했다. 2014년에는 조선대와 함께 월평 유적을 조명하는 국제 학술대회까지 열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외서초등학교의 ‘선사에서 미래로’는 대표적 문화재 특화 교육으로 자리매김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창작동화집 ‘유적을 지켜라, 월평탐사대’ 세 권을 펴냈고, 창작 협주곡 ‘Old Stone Age’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순천 구석기인을 기리는 헌정곡이다.

문화재에 숨결을 불어넣는 주체는 지역민이다. 마한사의 핵심 지역으로 통하는 나주에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박물관이 들어선 동력도 지역민의 관심과 지지였다. 순천 지역민들의 월평 유적에 대한 깊은 애정이 유적 전시관이나 박물관 건립을 이끌어 내는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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