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발하는 자연재해 속 더 중요한 헌혈 나눔 - 김동수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2023년 08월 25일(금) 00:00
7월 내내 긴 장마와 폭우로 큰 피해와 인명 손실이 있었다. 이어진 폭염으로 온열 환자가 급증했고 사망자도 전년도에 비해 많아지고 있다. 폭염에 이어 이제 태풍이 오고 갈 것이다.

이렇듯 해마다 여름철이면 겪는 일이지만 자연재해는 갈수록 더욱 빈발해지고 있다. 여기에 준비와 대처에 소홀하여 인재로 이어지고 있어 갈수록 피해는 증가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오송 지하차도에서 화물차 기사 유병조 씨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시민 세 명을 구조한 이야기가 우리를 위로해주는가 싶다. 더구나 구조된 20대 여성이 “저는 힘이 없으니까 손 놓으시라고 했는데 끝까지 잡아서 높은 곳까지 (올려줬다). 자신도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는 인터뷰 보도를 접한 사람들에게는 더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코로나를 위시해서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폭우, 하와이 산불 등 최근에 지구촌에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후변화라고 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 열대화라는 용어가 사용될 정도로 지구는 뜨겁다. 뜨거운 지구 때문에 폭염은 물론 유례없는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이 일어날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멈춰지고 피해는 막대하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헌혈도 예외는 아니다. 여름철 방학과 휴가로 가뜩이나 헌혈버스가 갈 곳이 줄고 참여도 적다. 그런데 폭우와 폭염, 태풍까지 겹치면 설상가상 헌혈자는 더 급감한다. 폭우나 태풍의 경우에는 헌혈의 집에 가기도 힘들고 예약 단체가 취소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채혈해서 72시간 이내에 가급적 공급해야 하는 혈소판제제는 비상이 걸린다. 이 시기에 수혈을 기다리는 환자에게는 위험천만한 최악의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3년간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를 극복하는 원동력은 우리 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지진, 산불, 극한 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 복구도 마찬가지다. 기부, 봉사, 헌혈 등 나눔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연대와 협력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나눔으로써 이룰 수 있다.

필자는 최근 발간한 ‘나눔으로 행복한 시간’에서 나눔은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이 되어야 한다”며 기부, 봉사, 헌혈 외에도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이 걷고, 음식과 소비를 절제하는 등 생활 속 습관을 바꾸기를 권장했다. 지속적인 나눔이야말로 기후 위기를 예방하고 우리 사회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삐~~ 삐~ 비상 경보음에 화들짝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전북 장수군에 발생한 지진 때문이었다. 안전 문자와 달리 경보음이 들리자 또 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었던 것이다.

코로나 시기에 한두 번의 헌혈 재난 문자를 받아보았을 것이다. 만약 폭염이 계속되고 태풍으로 헌혈자가 급감한다면 경보음과 함께 재난 문자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앞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 의식과 생명 나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폭우, 폭염, 태풍 속에도 헌혈은 이루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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