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3년 08월 23일(수) 00:00 가가
과거에는 악습 정도로 치부했던 ‘갑질’이 이젠 폭력으로 취급되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전적 의미의 갑질은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을 자신의 방침에 강제로 따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를 이르는 말인 ‘갑(甲)’과 어떤 행위를 뜻하는 접미사 ‘-질’을 결합해 만든 용어다. 계약서상에서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당사자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상대를 가리키는 일명 갑을(甲乙)관계에서 비롯됐다. 사회적 강자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약자에게 횡포를 부릴 때 흔히 ‘갑질한다’라고 표현한다.
가르치는 교사와 가르침을 받는 학생과의 지위 관계를 고려할 때 교육현장에서 갑질이라면 ‘교사 갑질’ 정도가 있을 성싶고, 이 같은 일이 벌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한데 요즘 이와는 사뭇 다른 유형의 갑질이 횡행하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 갑질’이 그것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됐고, 임금과 스승, 부모를 동격으로 보고 똑같이 섬겨야 한다는 ‘군사부일체’를 외치던 시절과는 달라진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에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중 군사정권과 경쟁교육의 잔재가 남아있던 시대에 교육을 받았던 1980년 대생이 현재 젊은 학부모의 주축이 되면서 내 자식만큼은 나처럼 학교에서 당하지 않게 하겠다는 남다른 결의를 하고 있고, 저출산 영향으로 자식 하나를 소위 ‘금쪽이’로 키우는 이들이 늘면서 ‘선을 넘는’ 갑질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은 새겨볼 만하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일말의 부정과 손해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생각인데, 여기에 취약한 시민사회와 소비자 지상주의가 개입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을 두고 갑과 을을 논하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이다. 교육현장은 어떤 아이라도 ‘성장의 가능성’을 보고 이를 키워내기 위해 교사와 부모가 소통하고 화합하는 협력의 장이다. 아이들 교육에 누가 갑(甲)이고 누가 을(乙) 이라는 말인가. 강제와 불평등을 먹고 자라, 나쁜 의미의 ‘질’로 표현되는 이런 관계는 교육현장에서 사라져야 할 폐단이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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