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의 교훈, 광주 U대회의 기억
2023년 08월 21일(월) 00:00
배미경 더킹핀 대표이사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국제행사를 여럿 유치했고, 국제대회 조직위에도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깝고 속상하다. 전라북도가 세계 잼버리 유치에 뛰어든 것은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가 마무리되는 즈음이었다. 호남 최대의 국제행사 유치로 이목을 끌었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 청소년의 페스티벌로 문화교류와 체험활동을 통해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하기 위해 개최된다. 2017년 8월 유치가 확정된 이후 6년 동안 행사를 준비해 왔고 올해는 ‘세계 잼버리 지원특별법’까지 통과되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대회 운영의 책임을 맡은 조직위원회의 운영 부실과 무능한 이슈 대처 능력이 드러나면서 급기야 대통령실까지 나서 온 나라의 행사로 치러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인적인 무더위, 태풍까지 불어 닥쳐 하늘마저 도와주지 않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국제대회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을 실감한다.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다해 행사를 준비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국제대회는 개최도시의 제반 인프라와 총체적인 역량, 정부의 든든한 지원, 시민들의 국제행사에 대한 성숙한 응대 문화 등 갖추어야 할 조건이 참으로 많다. 그중에서도 개최도시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개최도시는 사실상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뛰는 국가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강력한 책임 의식을 요구한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국제적 역량과 명성이 하루아침에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번 대회의 실패 요인을 몇 가지 꼽자면 첫째, 컨트롤타워와 통제력의 실패다. 공동 주최와 공동 위원장 구성은 모양새는 좋지만, 실행에 있어서 자칫 책임과 의무의 분배로 흐르기 쉽다. 지난해 11월 4개 시·도로 구성된 충청권은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구 유니버시아드)를 유치했다. 충청권도 공동유치라는 명분은 좋지만, 대회를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행여 책임 소홀로 흐르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도시의 경험 부재다. 개최도시인 전라북도가 국제 메가이벤트 경험을 차근하게 쌓아 왔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전라북도는 올해 처음으로 2023아태마스터즈대회와 세계 잼버리 등 국제행사를 치렀다. 행사의 성공은 디테일이 결정한다. 따라서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 축적은 행사의 고도화에 정말 중요하다.

셋째,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조직위원회 운영도 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 국제대회 조직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파견 공무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전문가보다 행정인력이 더 많은 구조다. 대회 유치와 운영을 공무원 및 공공조직의 인사 적체 해소의 창구로 활용하지 않아야 한다. 국제행사의 경험과 식견을 갖춘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지만 이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높이 사지 않는다. 국제행사가 끝날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야기이지만, 6년의 준비 과정을 통해서 양성된 전문가들의 체계적 관리와 경험의 선순환적인 전달체계를 위한 인적 레거시 축적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조직의 리더십이다. 다양한 조직과 분야에서 파견 나온 인사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위원회의 특성상, 국제행사를 지휘하는 리더의 전문성과 다양한 교섭 능력은 필수적이다. 조직위원회는 실행조직이기 때문에 얼굴마담 격의 인물은 배제되어야 한다. 풍부한 능력이 있는 전문 사령탑이 필요하다.

요즘 들어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를 함께 준비했던 옛 동료들로부터 소식이 온다. 온 나라가 세계 잼버리로 들썩이다 보니, 광주유니버시아드가 자꾸 생각난다고 한다. 그때는 몰랐는데, 광주가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는 것이다. 대회 개막을 50여 일 앞두고 메르스가 퍼지면서 대회 개막 취소 위기까지 갔던 광주유니버시아드는 역대 최고의 대회로 마무리되었다. 당시의 위기 대처 능력과 경험은 지역에 축적되었을 것이다. 다만 대회의 유산을 지역에 남기지 못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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