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의 각오로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3년 08월 18일(금) 00:00
‘인비 슬램’이라는 제목으로 편집을 한 적이 있다. 2013년 박인비 선수가 미국 프로골프 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를 차례로 석권하자 타이거 우즈의 ‘타이거 슬램’에 빗대어 썼다. 박인비는 LPGA 대회에서 21승을 하고 4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한국 여자골프는 LPGA 투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해 왔다. 박인비 박성현 김세영 고진영 등이 각종 대회를 휩쓸며 LPGA를 지배했고, 2015년과 2019년에는 한 해 무려 15승씩을 거두고 세계랭킹 ‘톱 10’에 5명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여자골프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LPGA 투어에서 우승은 단 두 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은 없다. 지난해에도 4승에 그쳤다. 김세영 전인지 박성현 고진영 이정은6로 이어지던 ‘태극낭자’의 신인왕 계보도 ‘태국낭자’들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세계랭킹이다. 163주간 1위 자리를 지켜왔던 고진영이 3위로 내려앉았고 김효주는 9위로 간신히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랭킹이 중요한 것은 내년 파리올림픽 출전 자격 때문이다. 상위 60위까지는 국가별로 2명 씩 출전할 수 있고 15위 이내 선수들이 많으면 최대 4명이 출전 가능한데, 출전권 네 장 확보에 비상이 걸려 메달에 대한 기대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LPGA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도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골든 슬램’의 주인공 박인비가 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한국 후보로 최종 선정됐다. 배구 김연경, 사격 진종오, 배드민턴 김소영, 태권도 이대훈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대한체육회의 최종 낙점을 받은 것이다. 다가오는 파리올림픽에서 4대 1의 경쟁을 뚫으면 한국 첫 여성 위원이자 한국 골프가 처음으로 배출한 선수위원이 된다. 현 위원인 유승민의 조언처럼 홀인원에 도전한다는 각오로 뛰어든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기간에 펼쳐질 IOC 위원 선거전에서 선수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골프여제’의 친화력과 운영 능력을 기대한다.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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