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8월 16일(수) 23:00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秦) 나라가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엄격한 법 집행에 있었다. 진효공이 등용한 상앙 이후 진나라는 법가(法家)사상을 바탕으로 강력한 부국강병에 나섰는데,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인재였다. 훌륭한 리더가 관료와 병사를 이끌어야 했기 때문이다. 인재는 추천으로 선발했는데, 소개한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다.

범수는 뛰어난 언변으로 소양왕의 마음을 사 재상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어려웠을 때 신세를 진 정안평과 왕계를 장군과 태수에 추천했는데, 두 사람 모두 전쟁에서 패해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 왕은 범수를 감쌌지만, 탄핵이 두려웠던 그는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사마천의 사기열전은 기록하고 있다.

새만금은 무려 33.9k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방조제다. 1971년 박정희 정권이 만경강과 동진강의 하구를 간척하기 시작해 50년만인 2020년 매립과 부지 조성이 끝났다. 정부는 2008년 기존 방침을 수정해 70%의 부지를 산업·연구, 국제협력, 관광레저, 배후도시 등의 용지로 조성하기로 했다. 전북은 새만금을 지역 성장·발전의 기반으로 삼고자 했는데, 이후 정부의 방침은 우왕좌왕했다.

지자체 역시 국제공항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409㎢의 광활한 땅은 쓰임새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2017년 8월 정부가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새만금에 유치했다. 세계 최대의 청소년 행사를 통해 미래 개발 방향을 설정하고, 세계 각국에 새만금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서울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로 마무리된 잼버리는 오히려 새만금의 미래를 더 암울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확한 계획 없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역대 정부의 한심한 개발 행정,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중앙관료들의 탁상 행정,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지방관료들의 무책임 행정, 과정에는 무관심하며 결과만 따지려는 정치인들의 무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잼버리와 관련된 고위 관료, 정치인만이 아니라 이들을 추천하거나 발탁한 이들에게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chadol@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