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8월 16일(수) 00:15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취임 이래 세 번째 특별사면이다. 이번 특별사면은 경제 살리기에 방점이 찍히면서 주로 기업 총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이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기업 총수들이다. 사회를 통합하고 국력을 집중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기로 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다. 황제 보석과 각종 특혜 전력 등을 고려할 때 ‘비리 면죄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사 명단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포함되면서 여야 공방도 뜨겁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혐의로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을 받고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여권에서는 ‘공익 제보’인 만큼 면죄부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법부의 판결은 유죄였다. 그런 그가 대법원 확정판결 석 달 만에, 사면·복권된 것이다.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앞서 지난 신년 특사에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법원의 유죄(벌금 300만원 선고유예) 판결 2개월 만에 사면돼 논란이 됐다. 특별사면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자 특권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최종 확정 판결에도 형 집행이 얼마 되지 않은 인사들을 사면·복권해주는 것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고 법치주의 파괴라는 우려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의 사면에는 ‘형기의 3분의 2가 지나지 않은 사람은 제외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권력은 오로지 미리 제정해 놓은 법률에 따라서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원칙을 ‘법의 지배(Rule of the law)’, 즉 법치(法治)라고 부른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번 사면을 통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치주의가 과연 국민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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