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효도열차 타고 북녘까지 가는 꿈 - 김은선 주부
2023년 08월 14일(월) 00:00
2개월 남짓 지난 지금, 다시 떠올려 봐도 가슴 한켠이 아련해진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그 곳에 가보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바라 보기만 해야 하는 북녘땅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우리는 언제쯤 저 곳에 갈 수 있을까.

지난 6월 1일 광주 남구청의 ‘통일 효도열차’에 몸을 싣고 민간인 신분으로 혼자서는 갈 수 없는 DMZ를 다녀왔다. 평소 잘 다니는 도서관의 안내문을 보고 운 좋게 참여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과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함께 신청했다. 살면서 DMZ를 가 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평일이었지만 큰 고민하지 않았다. 직장도 학교도 하루 정도는 쉬고 다녀올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침 7시 출발지인 효천역 앞에는 300명 가량의 참여자가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함께 할 분들이구나’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딸 아이의 손을 잡고 그 분들의 얼굴을 마주했다. 통일 효도열차라는 이름처럼 이산가족이라서 북한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은 어르신들이 오셨을까, 정말 통일을 바라는 마음에 오신 분들이 많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딸과 기차여행을 하며 DMZ도 다녀올 수 있겠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는데 함께 하는 많은 분들을 보니 뭔가 더 뜻깊은 여행이 되겠구나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겼다.

최북단 도라산역을 딸과 함께 가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통일이라는 꿈을 담아 모두가 똑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이 열차는 평소 서울 갈 때 탔던 SRT하고는 확실히 달랐다. 같은 곳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열차 안에 계신 모든 분들이 괜히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우연히 마주 앉게 된 노부부에게 어떻게 오시게 되었는지 여쭈어 보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다정한 그 모습이 너무나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효도열차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라산역까지 꼬박 6시간 가량을 달려야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강의, 레크리에이션, 밴드공연, 국악공연, 마술공연, 보이는 라디오까지 밥 먹는 시간 빼고 이벤트가 펼쳐졌다. 특히 통일열차인 만큼 마술에도 통일에 대한 스토리를 담아 보여 주었는데 재미에 감동까지 더해졌다.

통일을 하면 우리 대한민국에 좋을까요, 나쁠까요. 그래서 통일을 찬성하시나요, 반대하시나요. 통일을 위해 몇 십년을 일하고 계신다는 한 강사분이 기억난다. 어떤 사명감이면 저렇게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바쳐 일하게 되는 걸까. 그런 분의 강의를 들으니 통일되면 잘 사는 우리나라만 손해보는 건 아닐까 하는 기존 생각이, 통일되면 더 성장하는 경제대국이 되겠구나로 바뀌게 되었다. 남북한이 서로를 안아주며 하나되는 날을 잠시 함께 꿈꿔 본 순간이었다.

군인들의 마중을 받으며 도라산역에 도착한 후 준비된 버스로 갈아타고 도라산 전망대로 이동했다. 해설사의 설명을 놓치지 않고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다. 우리나라인데 꼭 다른 나라 관광온 듯 새롭게만 보이는 풍경들이었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망원경 없이도 보이는 저 너머에 태극기 대신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휴전선, 38선이면 철조망으로 막아져 있을 줄만 알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이 말이다. 가까이 보이지만 갈 수 없는 우리의 땅을 딸에게 보여주며 가슴 아픈 분단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돌아섰다. 열 살인 아이는 그 날 어떤 것을 가슴에 담아 두며 자라게 될까?

도라산 전망대에는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곳에 살고 있는 많은 주민들도 있었다. 함께 할 수 있는 그 날까지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길 바래본다.

도라산역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될 수 있도록. 기차역사 안에 붙어있던 긴 노선이 담긴 안내판처럼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기차타고 여행갈 수 있을 그 날을 상상하니 웃음이 지어진다.

더 많은 사람들이 통일 효도열차에 오르면 좋겠다. 그래서, 그만큼 통일에 한걸음 한걸음 더 가까워져 가기를 염원한다. 돌아오는 길, 딸 아이는 이 열차에 또 타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를 준비해 준 이들에게 감사하며 마음속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읊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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