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08월 10일(목) 23:00
어떤 아파트를 가더라도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 하나 정도 놓여 있는 것이 일상의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건수는 2022년 기준 70건을 넘어 세계 1위라고 한다.

택배(宅配)는 한자 그대로 ‘집까지 배달해 준다’라는 의미의 일본어에서 유래했다. 애초 일본에서는 음식 같은 종류를 집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일컫었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우편을 통해 소포를 희망지로 배송해 주는 것을 뜻했다. 소포에서 시작된 택배의 개념은 주문자가 원하는 모든 종류의 물건에서부터 넓게는 음식과 커피 등의 배달로까지 확대됐다.

한국에는 일제 강점기 근대 개념의 택배가 들어 왔으며, 현대에 들어와서는 1992년 한진이 국내에서 최초로 ‘파발마’라는 택배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후 택배 산업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홈쇼핑 등장에 힘입어 전 분야에 걸쳐 무섭게 확장되면서 한국은 ‘택배의 민족’이라는 별명을 넘어서 세계 최고의 택배 강국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택배의 역사를 찾으라면 기록상으로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택배 대상은 평양냉면이다. 조선 영·정조 시대 유학자 황윤석(전북 고창 출생, 1729~1791년)은 자신의 일기 ‘이재난고’ 1768년 7월 7일자에 “과거 시험을 본 다음날 점심에 친구들과 함께 평양냉면을 시켜 먹었다”고 적었다. 이는 한국사 최초의 배달 음식에 대한 기록으로 평가된다. ‘이재난고’는 황윤석이 10세부터 63세까지 쓴 일기로, 실학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학술 자료로 평가된다.

한국은 최고의 택배 강국이 됐지만 택배 기사들은 과로사가 가장 많은 직업 중 하나일 정도로 노동 환경은 열악하다. 이 때문에 택배 기사들의 휴식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2020년부터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했다. 상당수 택배사들은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운영한다. 하지만 쿠팡과 SSG닷컴 쓱배송 등은 쉬지 않는다. 무더운 여름 단 하루만이라도 택배 기사들이 쉴 수 있도록 모든 택배사들이 택배 없는 날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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