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유감 - 장필수 논설실장
2023년 08월 09일(수) 00:15
잼버리(jamboree)는 ‘즐거운 놀이’ ‘유쾌한 잔치’라는 뜻의 북미 인디언 말 ‘시바리’(shivaree)가 유럽으로 넘어오면서 전음됐다. 스카우트 창시자인 영국의 전쟁 영웅 로버트 베이든파월이 1907년 섬에서 20명의 소년과 함께 야영을 한 것이 시초다. 베이든파월은 남아프리카에 거주하는 네덜란드계 보어인과 영국인 사이에 벌어진 보어 전쟁 당시 소년들에게 정찰 임무를 맡겨 승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카우트 운동을 시작했다. 스카우트에 ‘정찰’이란 의미가 담긴 이유다.

베이든파월은 1920년 보이 스카우트 세계 사무국을 설립하고 그해 런던에서 34개국 8000여 명의 스카우트가 참여한 ‘제1회 세계 잼버리’를 개최했다. 초창기 잼버리는 발표회나 전시회 등 옥내 행사 위주였는데 청소년들이 심신 훈련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취지에 맞게 야외 활동 중심으로 바뀌었다.

4년마다 열리는 잼버리는 25회 새만금 대회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1963년 그리스 대회 때는 필리핀 보이 스카우트 24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아라비아해에 추락해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05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대회에선 텐트를 치던 스카우트 지도자 네 명이 감전 사고로 숨졌고 2015년 일본 간척지 키라라하마 대회 때는 새만금처럼 40도에 육박하는 고온과 습도로 열사병 환자들이 속출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첫 대회인 1991년 고성 잼버리도 날씨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바람에 텐트의 3분의 1이 무너지고 이상 저온에 고생하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수교국 11개국과 비회원국 19개국을 포함해 133개국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1986년 발생한 최악의 원전 사고인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청소년 104명을 초청해 의미를 더했다.

2017년 개최지 결정 이후 6년을 준비한 새만금 잼버리가 준비 부족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대회 조직위는 새만금에서 철수해 서울 등지에서 관광 일정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조기 퇴영한 영국 참가자는 외신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고 했다. 스카우트의 모토가 ‘준비하라’(be prepared)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반성할 일이다.

/장필수 논설실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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