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논리보다 협치로 지역 소멸 극복해야-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
2023년 08월 08일(화) 23:00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역이 소멸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2006년부터 정부는 약 28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전인 예산을 합계 출생률을 높이는 데 썼지만, 이 같은 금전적 지원 정책은 일시적 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광주·전남도 타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금전 지원 등 단기 처방에 급급했고, 그 결과 급격한 인구 유출로 지역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너무 낮은 출생율, 고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 속에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이 인구·자본·문화·기업·경제 등 모든 것을 블랙홀 처럼 빨아들이면서 나무의 잔뿌리부터 말라죽듯 충청권, 영남권에 비해 인프라가 열악하고, 괜찮은 일자리도 적은 광주·전남 지역부터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국가 통계 포털을 통해 광주·전남의 인구를 분석한 결과 1960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2499만여 명)의 14.22%(355만여 명)달했던 인구가 1990년 8.40%, 2000년 7.26%, 2010년 6.62%로 매년 줄어들더니 2022년 6.28%(12월 기준 광주 인구는 143만 1000명, 전남 인구는 181만 7000명)로 쪼그라들었다. 이대로 가면 광주 140만 명, 전남 180만 명이 조만간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남 시·군은 파격적인 인구 늘리기 시책을 내놓고 있다. 화순군의 월 1만 원 임대 아파트, 강진군의 농촌 빈집 고쳐 임대하기, 아동 1인당 7년 동안 매달 60만 원 양육 수당 지급, 순천시의 최대 100만 원 산후 조리 비용 지원, 영광군의 6개월간 매월 50만 원 아빠 육아 휴직 장려금 지원, 장흥군의 결혼 장려금 500만 원 및 데이트 비용 100만 원 지급 등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책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책에도 불구하고 인구 감소 폭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특히 광주·전남을 떠나가는 인구의 60% 가량이 20·30대 청년들이라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청년들은 수도권 대학 진학과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수도권보다 급여가 적고, 복지 후생이 다소 열악하더라도 부모 형제와 친구들이 있는 고향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지역에는 좋은 일자리는커녕 괜찮은 일자리도 별로 없다. 그나마 입사해서 몇 년을 근무해도 임금이나 복지 후생이 나아지지 않고, 기업 문화도 썩 좋지 않으니 수도권살이가 주거, 교통 등 모든 면에서 힘들지만 경력을 조금 쌓으면 미련 없이 떠나버리는 것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청년 인구가 지방에 가서 살 수 있도록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국가 재정을 투입, 수도권과 유사한 수준의 공공·민간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귀농·귀어·귀촌하는 청년들에게 행정적, 재정적인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고, 이들이 정착해 오래 거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이미 조성된 혁신도시가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 2차 이전도 빠른 시일 내 추진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노동조합·경영자·민간단체·정치권·학계·전문가 등과 공동 대응팀을 구성하고, 그동안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부모 형제, 친구들과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을 토론하고, 연구하고, 개발해 단계별로 치밀하게 적용해야 한다.

또 각 영역에서 경제 논리 보다 협치와 상생의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1997년도 외환 위기 이후 우리 지역에서도 ‘지역 기업 살리기 운동, 지역 기업 제품 애용하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지역에 본사를 두고, 지역 청년들을 채용하고, 세금을 내고,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들을 눈여겨 보자. 그리고 잘한 것은 칭찬하고, 지원하고, 미흡한 점이 있다면 비난을 하기 보다 비판하고, 대안들을 제시해 가자. 그리고 더 많이 채용하고, 사회 공헌 활동을 늘리도록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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