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대군 논란 -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2023년 07월 31일(월) 23:00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에 대해 “방송 생태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경험과 의지를 모두 갖춘 적임자”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이 후보자는) 인사 청문 대상이 아닌 수사 대상이며 국민과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지명 철회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야권이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내면서 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해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이 후보자가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학교에 외압을 가했다는 논란과 배우자의 인사 청탁 의혹 등 도덕성 측면에서도 부적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통위원장 임명 공방의 내면에는 정치적 셈법이 자리 잡고 있다. 내년 총선까지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고 중도·부동층이 늘면서 방송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계산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친여·보수 성향으로의 방송 환경 변화가 필요하고 야권에서는 이를 막아 내는 것이 내년 총선 전략 차원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통위의 권한은 막강하다. 지상파, 종편 등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은 물론 공영방송 지배 구조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는 방통위를 통해 ‘포털 뉴스 개혁’의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방통대군’으로 불리웠다. 그는 보수 일간지에 종합 편성 채널을 허가하고 방송 3사 사장 교체 등을 주도하면서 수구 보수 성향의 방송 환경을 조성, 많은 정치적 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야권의 반대에도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은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 인사 청문회가 통과 의례로 전락한지 오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통위원장 임명을 밀어붙인다고 해서 다매체 시대의 방송 환경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퇴행적 정치 논리로 방송 장악에 나선다면 오히려 민심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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