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관리(治水)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07월 27일(목) 22:00
올 장마 기간 전국적으로 극한 호우가 쏟아져 침수·산사태 등으로 역대급 인명 피해를 냈다. 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와 해당 지자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가시지 않고 있다. 3년 전인 지난 2020년, 100년 만의 폭우라고 일컬어질 정도의 많은 비가 내려 서울 강남이 잠긴 것을 비롯해 전남 지역에서도 구례읍이 물에 잠기고 곡성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전국적으로 피해가 막대했다. 장마와 홍수는 계속되고, 정부는 그때마다 해결책과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참사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치수(治水)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댐과 수로 시설 등 방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고대에는 치수가 곧 정치이고, 국왕의 덕목이었다. 물난리를 막아 백성의 생명과 곡식을 보호한 지도자만이 왕의 자격을 얻었던 것이다.

중국 고대사에서 최고의 태평성대로 꼽히는 시기를 요순(堯舜)시대라고 한다. 어진 임금이 대를 이어 선정을 편 이상 국가로 알려졌지만, 이 시절에도 홍수는 백성을 위협하는 우환이었다. 두 임금은 황하 지역을 통치했기 때문에, 황하 치수에 온 힘을 쏟았다. 요임금은 홍수 문제 해결를 위해 치수전문가로 ‘곤’이라는 인물을 기용했다. ‘곤’은 10년 동안 치수에 힘썼으나 실패했다. 요임금에 이어 효심과 덕성을 갖춘 순이 임금에 올라, 곤을 내쫓는 대신 곤의 아들 우(禹)에게 치수(治水)를 맡겼다. 치수에 성공한 우는 순임금에 이어 왕에 올라 훗날 ‘하’ 왕조를 개국한다.

요순시대는 정확하게 언제인지 자료가 없어서 신화시대로 생각하고 있지만, 역사서의 내용만으로도 중국이 치수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왕위가 왕의 아들에게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황하의 물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치수 능력이 곧 왕의 자격인 셈이다. 이렇게 왕위가 이상적으로 이양된 것을 ‘선양’(禪讓)이라 부른다.

예고된 폭우에도 불구하고 대처 미흡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는 정부와 지자체의 명백한 치수 능력 부족 탓이다. 이번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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