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잠긴 사회 - 송기동 예향부장
2023년 07월 25일(화) 00:00 가가
참척(慘慽)이라는 어려운 한자 말을 자주 접하는 요즘이다.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을 의미한다.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에 의한 ‘참척의 아픔’은 어느 경우보다 더 슬프다. 그런데 요즘 불과 며칠 사이 이런 일들이 일시에 터져 버리고 말았다.
지난 15일 충북 오송 ‘궁평2 지하차도’에서는 시내버스와 차량 16대가 침수되면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호천 임시 제방이 폭우로 터지면서 하천수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은 20대 여성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학부모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에는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20대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대원은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지난 21일 한 20대 남성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한 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세 명에게 상해를 입혔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뉴스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많은 이들은 슬픔에 잠길 수밖에 없다. 무거워진 마음에 분노마저 치민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생각되기에 더욱 그러하다. 언제까지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인재가 반복돼야 할까.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눈물, 부모를 잃은 자녀의 눈물… 우리 모두가 닦아 주어야 할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공부’(2018년)에서 세월호 참사와 개인적 아픔을 겪고 난 후 “이제부터 내 알량한 문학 공부는 슬픔에 대한 공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특정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바로 결함이라는 것. 그러므로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song@kwangju.co.kr
지난 19일에는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20대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대원은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지난 21일 한 20대 남성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한 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세 명에게 상해를 입혔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인간에게 특정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바로 결함이라는 것. 그러므로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