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남도 유람 머물고 싶은 힐링 여행 화순
2023년 07월 24일(월) 19:15
적벽 절경, 숲의 향기, 돌의 숨결
‘화순 8경’ 중 1경 ‘적벽’ 셔틀버스 운영
만연산 자락 ‘치유의 숲’ 산림 휴양 공간
수만리 생태숲 공원 나무데크 따라 산책
‘가장 큰 비자나무’에서 ‘거북바위’까지
느릿느릿 걸으며 나무별 초록빛깔 만끽

화순 적벽(국가명승 제 112호)은 ‘설렘 화순 8경’ 가운데 제 1경으로 손꼽힌다. 화순 적벽은 보산적벽과 장항(노루목)적벽, 물염적벽, 창랑적벽 등 4개의 적벽으로 이뤄져 있다.

‘자연애(愛)서 즐기는 행복 힐링!’. 화순군은 적벽을 비롯해 만연산 오감길, 수만리 생태숲공원(만연산지구 산림공원), 개천사 비자나무숲 등 색다른 생태여행지를 품고 있다. 고인돌 유적지와 백아산 하늘다리, 연둔리 숲정이, 양떼목장, 운주사도 여행자를 설레게 한다. ‘맛·멋 찾아 떠나는 남도 유람’이라는 타이틀로 전남 22개 시·군의 최신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새 발걸음을 ’머물고 싶은 힐링여행지‘ 화순에서 시작한다.

◇무념무상의 여유를 만끽하는 ‘화순 적벽’(赤壁)=‘화순 8경’가운데 첫 손에 꼽는 절경, 화순 적벽(2017년 국가명승 제112호 지정)을 찾아간다. 화순 적벽은 크게 장항적벽(노루목 적벽), 보산적벽, 물염적벽, 창랑적벽 등 4개 군(群)으로 나뉘어져 있다. ‘천장비경’(天藏秘景)인 화순 적벽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출입이 제한된 화순적벽이 개방된 때는 2014년. 지난해 광주시로부터 관리권을 이양 받은 화순군은 3~11월에 ▲사전예약 없는 현장탑승제 ‘적벽 셔틀버스’ ▲화순적벽 버스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하는 ‘적벽 버스투어’(예약 탑승제)를 운영하고 있다. ‘적벽 셔틀버스’(매주 월·수 휴무)는 화순온천 주차장과 이서 커뮤니티 센터, 화순적벽 입구에서, ‘적벽 버스투어’(매주 토·일요일)는 화순읍 이용대체육관 앞에서 각각 출발한다.

화순적벽 입구 주차장에서 망향정까지는 대략 2.5㎞ 거리. 망향정은 보산적벽 위에 세워져 있다. 망향정에 걸터앉으면 장항 적벽(노루목 적벽)과 마주보게 된다. 비록 유명 시인묵객(詩人墨客)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하늘과 물빛, 적벽을 바라보며 시심(詩心)이 일고, 무념무상의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동복 댐을 막으며 15개 마을이 수몰됐다.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춘향면 대신리를 잇는 산길에 산재해 있는 고인돌 군(群).
1982년 출간된 ‘화순의 전설’(강동원 편저)에 따르면 칠월 보름날에 달 뜨기전 행사로서 ‘낙화(落火) 놀이’를 했다. 볏짚에 불을 붙여 적벽산 상봉에서 적벽강 수면으로 이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또한 ‘적벽에 비친 저녁 노을’(赤壁落照)은 ‘동복 8경’ 가운데 하나다. 9000만 년 전 형성됐다는 화순 적벽을 비롯해 백아면 ‘서유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고인돌군(群), 운주사는 ‘유네스코 무등 지오(GEO)파크’로 지정돼있다. 장구한 지질의 역사를 화순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도곡면 ‘세계 거석(巨石) 테마파크’에는 전 세계 대표적인 거석들을 축약해 놓았다.

화순적벽에서 머지않은 물염정(勿染亭)은 반드시 들려봐야 할 공간이다. ‘속세에 물들지 않겠다’(勿染)라는 마음가짐은 정자를 짓던 16세기나 현재나 변치 않는 ‘삶의 북극성’과도 같다. 다듬지 않고 자연그대로의 나무 형태를 살린 기둥 하나가 그러한 다짐을 상징하는 듯 싶다. 이곳에 처음 띠집을 지은 물염 송정순(1521~1584)은 외손(外孫) 나무송·무춘 형제에게 정자를 물려주었다. ‘화순의 옛 시’(1991년 刊)에서 창주(滄州) 나무송의 한시 ‘물염정을 짓고서’를 음미해본다.

“…아이들은 낙엽모아 붉은 밤을 굽고/ 아내는 국화따다 술에 띄우네. 일찍이 숲속이 이다지 즐거운 줄 알았다면/ 어찌하여 고된 벼슬살이 매달렸으랴.”

◇녹색 힐링… ‘만연산 치유의 숲’·‘수만리 생태숲공원’=화순읍 동구리 만연산 자락 120㏊에 조성된 ‘만연사 치유의 숲’은 코로나 엔데믹 시대에 적합한 산림휴양 공간이다. 초록 숲속을 싸목싸목 거닐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털고, 면역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구리 호수공원을 지나 만연사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숲속에 들어서면 나무에서 발산하는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삼림욕을 하며 금세 건강해 질 것 같은 향이다.

숲길 들머리에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치유의 숲 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숲길은 ▲‘오감 연결길’(3.1㎞) ▲‘치유 숲길’(3.3㎞) ▲‘큰재가는 숲길’(1.35㎞)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만연산(해발 668m) 정상부 방향으로 향하는 ‘치유 숲길’은 ‘건강오름숲’과 ‘하늘숲’, ‘건강회복숲’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 보행약자들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무(無)장애 숲길로 설계된 ‘오감 연결길’은 거의 수평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지 않다. 나무 데크를 따라 짙초록 숲길을 호젓하게 걸으며 절로 녹색 치유를 할 수 있는 힐링 숲길이다.

화순읍에서 안양산로를 따라 갈 때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량 다수가 눈에 띄었다. 만연산과 안양산 자락에 ‘수만리 생태숲공원’을 비롯해 무등산 편백자연휴양림과 무등산 양떼목장, 수만리커피·민간정원 ‘바우정원’ 등이 속속 들어서며 볼거리·즐길 거리가 늘어난 때문일 것이다.

화순읍 유천리에 수만리로 넘어가는 큰재에 ‘수만리 생태숲공원’이 조성돼 있다. ‘만연산지구 산림공원’이라고도 한다. 3층으로 이뤄진 팔각정앞 습지원을 가로지르는 나무데크를 따라 천천히 걸어본다. 산책로는 단풍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숲속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한국의 알프스’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녹음이 짙어가는 숲속에서 사람조차 풍경 속에 동화된다. 무엇보다 큰재의 변화가 눈에 띈다. 산중에 빵집과 카페라니! 마치 동화세계 속에 들어온 듯 숲 속에 카페와 빵집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수만리 방향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편백나무 숲이 울창하다. 그런데 맨발로 흙길을 걷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를 두고 ‘어싱’(Earthing)이라고 한다. 맨발로 걷는 한 어르신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묻자 시원스런 답이 돌아왔다. “잠도 잘 오고 건강에도 좋은 거 같습니다!”

천연기념물 제483호로 지정된 개천사 비자나무숲.
◇‘개천사 비자나무숲 탐방로’과 거북바위=누가 ‘하늘을 연다’라는 의미의 개천(開天)을 산 이름으로, 사찰명으로 삼을 생각을 했을까? 춘양면 가동리와 도암면 등광리에 걸쳐있는 산이 개천산(해발 497m)이고, 동쪽방향 산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이 개천사이다. 한국전쟁 등 전화(戰禍)를 겪으며 소실되기도 했다. 사찰 뒤편은 온통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 제483호)이다. 조사결과 100~450년생 비자나무 1041주가 48만1061㎡(14만5520평) 면적에 분포해 있다. 개천사에서 ‘가장 큰 비자나무’까지는 400m 정도 거리. 바닥에는 야자매트가 깔려 있다. ‘가장 큰 비자나무’는 일명 ‘모자(母子)나무’로 불린다. 개천사 비자나무 숲에서 가장 크고(높이 20m), 나이가 많다(수령 450년). 특이하게도 ‘어미나무’ 뿌리에서 나온 가지가 자란 ‘자식나무’가 서로 이어져 연리지(連理枝)가 됐다.

‘가장 큰 비자나무’에서 다시 ‘거북바위’까지는 460m 거리. 짙고 옅은 나무별 초록빛깔을 만끽하면서 산책로를 따라 느릿느릿 걷다보면 어느새 ‘거북바위’에 닿는다. 등껍질이 온통 이끼로 뒤덮인 거대한 거북이 한 마리가 산 정상으로 오르는 모양새다. 보원 주지스님에게 거북바위와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풍수지리를 정립하신 도선 국사가 개천산에서 수도하셨는데, 그분이 ‘거북이가 개천산 정상에 오르면 우리나라가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을 다 지배하는 강대국이 될 것이다”고 예언을 하셨다고 그래요. 그 이야기를 일본 장수가 듣고 기분이 나빠 (거북이) 머리를 잘라 버리게 했다고 합니다.”

또한 개천사는 동학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동학교조 수운(水雲) 최제우 선생이 남원 교룡산성내 은적암이 아닌 개천사에서 1㎞ 떨어져 있는 은적암(隱寂庵)에서 숨어 지내며 책을 쓰고, 1930년대에 동학교도들이 동학농민혁명 과정에서 희생당한 동학농민군들의 명복을 비는 천도재(薦度齋)를 지냈다는 이야기도 전해준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에 ‘개천사 비자나무숲 탐방로’와 함께 개통된 ‘화순 개천사 순례길’이 눈길을 끈다. 개천사에서 비자나무숲 탐방로~영성 순례길~성자 이세종 기도터~동광교회~이세종 생가로 이어진다. 10여 년 전부터 12월 첫 주 토요일에는 불교와 개신교, 천주교 등 3대 종교 지도자와 시민들이 함께 순례길을 걷는다. 종교간 갈등으로 전쟁까지 불사하는 요즘, 개천산에서 화해와 소통, 공감을 몸소 실천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발걸음이 화순에서 시작되고 있다.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로 손색없다. 화순에서 새로운 하늘이 열리고 있는 듯하다.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화순=조성수 기자 css@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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