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 갯벌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3년 07월 13일(목) 00:30
“꽃잎 끝에 달려 있는 작은 이슬방울들/ 빛줄기 이들을 찾아와서 음 어데로 데려갈까/ 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비야 네가 알고 있나/(중략) 엄마 잃고 다리도 없는 가엾은 작은 새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면 음 어데로 가야 할까”

영화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며 흐르는 노래를 마음 속으로 조용히 따라 불렀다. 16세기 스코틀랜드 노래 ‘매리 해밀튼’(Mary Hamilton)이 원곡으로, 양희은이 불러 잘 알려진 ‘아름다운 것들’. 수도 없이 듣고 불렀지만 이날만큼 마음에 와 닿은 때는 없었다.

노래와 함께 출연자들의 이름이 하나둘 나열된다. 더불어 검은머리갈매기, 저어새, 고니, 흰발농게 등 새와 조개의 이름도 자막으로 흐른다. 아, 맞다. 이들이 바로 영화의 주인공이다.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수라’는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인 수라 갯벌의 모습과 이를 지켜가는 사람들을 촬영한 기록이다. ‘근래에 본 영화 중 손꼽히게 아름다운 영화’(임순례 감독), ‘날카로운 논쟁이나 무거운 질문 대신 천천히 부드럽게 갯벌의 사계를 보여 준다’(김탁환 소설가)는 말처럼 영화는 잔잔히 이야기를 들려준다.

봄철에 호주에서 출발한 도요새는 고도 4000m 이상을 2주 동안 쉼 없이 날아와 중간 기착지인 서해안 갯벌에 도착한다. 1만㎞를 나는 대장정 후 갯벌에 펼쳐지는 10만 마리 도요새의 장관은 경이롭다. 영화를 보며 관객들은 말라버린 갯벌에서 물이 들어오길 한없이 기다리다 절망하고 마는 조개의 마음을 헤아리고, 뒤뚱거리며 막 걸음마를 뗀 귀여운 쇠제비갈매기 아기 새의 성장도 기원하게 된다.

영화는 새만금 사업 반대를 위해 ‘삼보일배’를 했던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의 모습, 수십 년 동안 매달 조사를 나가는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이런 영화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리고 함께 볼 것을 권유하는 관람객들의 마음까지 어우러져 완성됐다.

환경 보호나 생태계 보존을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갯벌에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고, 또 생을 마감하는 새와 조개를 보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오만을 떠올리는 것, ‘수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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