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세상 걱정 - 강대석 시인
2023년 07월 11일(화) 22:30
전 세계가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캐나다는 가뭄으로 두 달째 산불이 계속되고 북아프리카 지역과 중국은 폭염으로 허덕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긴 가뭄 끝에 폭염과 호우가 널뛰기를 하는 기상 이변을 겪고 있다. 인간의 이기적인 탄소 배출과 자연 훼손 행위가 지구 온난화를 부추겨 스스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류 시기를 눈앞에 두고 여야의 대립이 최고조에 이른 모습이다. 여당은 야당을 향해 과학적 검증 결과를 믿어야 한다며 국민을 불안케 하는 괴담을 멈추라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국민의 안전과 어민의 피해가 뻔한데 정부 여당이 일본 편만 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모습이 마치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동인과 서인의 논쟁을 연상케 한다. 당시 조선통신사로 파견되어 1년간 일본을 시찰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을 만나고 돌아온 정사(正使)인 서인의 황윤길은 “일본은 병선(兵船)을 준비하고 있으며 곧 침략이 있을 것이므로 대비를 해야 한다”고 했고, 동인의 김성일은 “일본이 침범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며 불필요한 방어 대비로 백성을 불안케 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했다. 이에 김성일과 같은 동인인 서장관(書狀官) 허성이 “침략 위험이 뻔한데 왜 거짓 보고를 하냐?”고 힐책하자 김성일은 “서인과 입장을 같이 할 순 없지 않느냐”고 황당한 답변을 하였다. 나라의 존망이 달린 위기의 순간에도 당리당략에 얽매여 민심 안정을 핑계로 거짓 보고를 한 것이었다.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문제가 아니라 당의 방침이 무엇이냐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뜻이 되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서명을 함께 했으면서도 정권이 바뀌니 돌변하여 이젠 앞장서 방류를 찬성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정치의 비정함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엊그제 방한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IAEA의 과학적 검증 결과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설명하며 처리수를 마실 수도 있고 수영도 할 수 있다고 안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말엔 신뢰가 결여되어 있었다. 그토록 안전하다면 일본은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면 되지 무엇 때문에 1㎞나 해저 터널을 뚫어 먼바다에 버리려 하겠는가? 자기들 토양 오염은 안되고 바다 오염은 괜찮은가? 여기에 대한 그의 답변은 찾을 수 없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다핵종 제거 시설(ALPS)로 걸러지지 않은 핵종이 삼중수소를 비롯해 6종이나 된다고 한다. IAEA는 그것들은 방류해도 바닷물에 희석되어 그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하나 현재 130만 톤이나 되는 오염수를 하루에 100여 톤씩 앞으로 30년 동안이나 방류하면 축적된 핵종이 20~30년 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는 설명이 없다.

위정자들에게 애국이란 특별한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며 국민의 주권 보장을 보장하는 일이다.

앞으로 일본은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요구를 해 올 것이다.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IAEA의 결론과 우리 정부 여당의 찬성을 근거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라는 요구를 할 것이 뻔하며, 어쩌면 머지않아 독도를 반환하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아직 방류도 안 했는데 횟집에서 수조의 물을 퍼마시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만약의 경우 독도 반환 요구 시에도 일본 편에 서서 지금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과연 국익을 가장한 당리당략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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