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천하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06월 30일(금) 00:15 가가
러시아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현지시각) 휘하 부대를 이끌고 러시아 군부를 향해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철수하면서,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란의 수괴는 물론 러시아의 철권 통치자 푸틴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의 ‘1일 반란’처럼 아주 짧은 순간의 쿠데타나 전쟁을 일컫는 말 중에 ‘삼일천하’라는 표현이 있다. 반란 세력이 쿠데타에 성공했지만 단기간에 권력을 잃고 진압되거나, 전쟁에서 한쪽이 잠시 우세를 점하다 패한 경우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실제로 ‘3일짜리’ 천하여서 부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짧은 기간이나 시간에 중점을 둔 조어이다.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삼일천하는 공교롭게 러시아와 관련이 있다. 소련 해체의 원인이 된 ‘8월 쿠데타’가 그것이다. 1991년 8월 19일 군부와 KGB를 포함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들이 서기장인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연금시키고 개혁 정책을 중단시키려 했다. 이들은 당시 부통령이던 겐나디 야나예프 부통령을 대통령으로 선포하기까지 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러시아 대통령 보리스 옐친이었다. 옐친은 쿠데타를 비난하고 전 소련 국민들에게 파업할 것을 촉구하며 서방의 도움을 요청했다.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반란 병력이 모스크바에서 철수함에 따라 쿠데타는 사흘 만에 막을 내리고 만다.
우리나라의 갑신정변은 1884년 12월 4일 오후 6시부터 12월 6일 낮까지로 진짜 3일짜리였으며, 굳이 시간으로 따진다면 정확히는 46시간이었다. 일본에서 부르는 삼일천하는 1582년 음력 6월 2일 아케치 미츠히데가 오다 노부나가를 혼노지의 변으로 죽였다가, 1582년 음력 6월 13일 도요토미 히데요에게 패사한 경우이다. 역사가에 따라 9~11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일본에선 대개 이를 삼일천하라고 부른다.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사태는 어떤 식으로든 푸틴의 위상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에 전쟁이 끝나길 바라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바람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chae@kwangju.co.kr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삼일천하는 공교롭게 러시아와 관련이 있다. 소련 해체의 원인이 된 ‘8월 쿠데타’가 그것이다. 1991년 8월 19일 군부와 KGB를 포함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들이 서기장인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연금시키고 개혁 정책을 중단시키려 했다. 이들은 당시 부통령이던 겐나디 야나예프 부통령을 대통령으로 선포하기까지 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러시아 대통령 보리스 옐친이었다. 옐친은 쿠데타를 비난하고 전 소련 국민들에게 파업할 것을 촉구하며 서방의 도움을 요청했다.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반란 병력이 모스크바에서 철수함에 따라 쿠데타는 사흘 만에 막을 내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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