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소소한 소통’ “‘쉬운 글 해설’로 편하게 전시 관람하세요”
2023년 06월 29일(목) 19:10
정보 약자 위해 쉬운 글 제작
아문화전당 ‘걷기, 헤매기’전 협업…ACC “쉬운 해설 늘릴 것”
발달 장애인·노인·어린이·외국인 등 이해 돕는 700여건 제작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걷기, 헤매기’전의 ‘쉬운 글 해설’ 작업을 진행한 ‘소소한 소통’ 직원들.

“작품 설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전시장을 찾은 이들이라면 한 번 쯤 해봤을 경험이다. 최근에는 난해한 현대미술 관련 전시가 늘어나면서 이런 경우는 더 많아졌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걷기, 헤매기’(9월3일까지)전에서는 이런 불편함이 조금은 사라진다. 모두가 편하게 전시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제공된 ‘쉬운 글 해설’ 덕분이다. 마치, 친절한 길라잡이와 함께 전시를 보는 기분이 들어 관람이 더욱 흥미롭다.

사라 웡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해 ‘걷기’를 주제로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는 작품 당 설명이 두 개씩 붙어 있다. 하나는 흔히 전시장에서 만나는 형식의 해설글이고, 하나는 ‘쉬운 글 해설’이다.

전당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시도한 ‘쉬운 글 해설’은 전시를 맡은 박예원·이주연 학예연구사,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소소한 소통’, 발달 장애인이 협력해 진행했다.

“미술관의 전시 설명이 어렵다는 말을 늘 들어왔어요. 접근성 강화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관람객들이 좀 더 쉽게 작품에 다가가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일반 관람객을 비롯해 어린이부터 노인, 장애인들까지 많은 이들이 전시 작품을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꾸준히 확대되면 좋겠습니다.”(박예원 학예사)

이번 사업을 주도한 ‘소소한 소통’은 발달장애인과 정보 약자의 알 권리를 위해 ‘쉬운 정보(easy-ready)’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2017년 창업 후 지자체, 공공기관, 복지기관, 일반 기업 등과 함께 지금까지 700건의 쉬운 정보를 제작했다.

전시 해설의 경우 서울시립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등과 협업을 진행해왔다. 광주에서는 이번이 처음으로 전당이 오는 9월 진행하는 야외 특별전과 지역작가초대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걷기, 헤매기’ 전시는 반재윤 팀장을 비롯해 김령아·김진희·백정연·신수연·주명희씨가 함께 작업했다.

“이해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 장애인들을 포함해 노인, 어린이, 외국인 등 정보 약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학예사님의 작품 해제를 받아 기본 작업을 하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쉬운 글로 바꾸는 데 한계가 있어요. 작가와 작품에 대한 배경 등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을 거친 후 쉬운 글로 고칩니다. 학예사님과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며 작가님의 제작 의도나, 학예사님의 기획 의도를 담은 원문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제작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달장애인들의 감수를 거칩니다.”

‘소소한 소통’이 제공하는 쉬운 정보는 쉬운 표현의 글, 이해를 돕는 이미지, 가독성을 고려한 디자인, 보기 편한 제작 형태까지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그들은 발달 장애인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쉽게 읽히는 글쓰기는 무엇일까 늘 고민하고 있다.

‘소소한 소통’은 전시해설을 비롯해 장애인의 권리, 안전 등 생활에 도움이 되는 복지, 취업, 자립, 여가 등 일상 전반에 필요한 정보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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