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마에스트로 - 송기동 예향부장
2023년 06월 28일(수) 00:30 가가
지난 2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타르’(TAR)가 개봉돼 화제를 모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마에스트로(Maestro) ‘리디아 타르’는 가상의 설정이었다. 관객들은 케이트 블란쳇의 신들린 연기 덕분에 클래식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레너드 번스타인, 주빈 메타, 구스타보 두다멜, 금난새, 정명훈…. 마에스트로는 거장 반열에 오른 지휘자를 의미한다. 거장들의 곡 ‘해석’에 따라 같은 음악도 관객들에게 또 다른 울림을 안겨 준다.
“나는 내 심장이 어떻게 뛰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내 모든 신체 부위에서 그것을 느낍니다. 따라서 내가 어떤 작품의 첫 도입부에서 맥박이 뛰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신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의 온 몸이 음악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영국 작가 리처드 오스본이 펴낸 ‘카라얀과의 대화’(음악세계)에 나오는 내용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종신 지휘자 카라얀은 그와의 인터뷰에서 템포와 ‘지휘자의 맥박’을 언급하며 고도가 높은 도시에서 녹음을 할 때 심장박동 또한 빨라졌다고 말한다. 카라얀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이는 아바도이다. 카라얀과 아바도는 지휘 스타일과 베를린필을 이끌고 가는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음악평론가 조희창은 ‘조희창의 에센셜 클래식’(미디어샘)에서 두 지휘자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카라얀은 눈빛 하나로 제압하는 독재자 스타일이었지만 아바도는 대화를 중시하는 민주적 스타일이었다. 카라얀의 화려한 음색에 비교해 아바도는 금관이나 타악기 소리는 절제하되 리드미컬하고 명확한 사운드를 원했다.”
안드로이드 로봇이 지휘하는 국악 공연이 오는 30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지휘자 최수열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로봇 ‘에버(EveR)6’이 함께 지휘봉을 잡는다. 인간의 창의성을 대표하는 영역인 지휘에 첨단 과학기술이 시도되고 있다. 그렇지만 심장이 뛰는 마에스트로의 ‘카리스마’와 ‘곡 해석’, 단원·관객과의 교감은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나는 내 심장이 어떻게 뛰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내 모든 신체 부위에서 그것을 느낍니다. 따라서 내가 어떤 작품의 첫 도입부에서 맥박이 뛰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신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의 온 몸이 음악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안드로이드 로봇이 지휘하는 국악 공연이 오는 30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지휘자 최수열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로봇 ‘에버(EveR)6’이 함께 지휘봉을 잡는다. 인간의 창의성을 대표하는 영역인 지휘에 첨단 과학기술이 시도되고 있다. 그렇지만 심장이 뛰는 마에스트로의 ‘카리스마’와 ‘곡 해석’, 단원·관객과의 교감은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