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2023년 06월 26일(월) 00:00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윤극영(1903~1988)이 1924년 작사·작곡한 ‘반달’은 우리나라 근대 창작 동요의 효시가 되는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래고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들려주기 위해 만들었다.

올해는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1923년 어린이의 행복과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어린이날’을 만들었다. 또한 윤극영과 함께 어린이 문화단체 ‘색동회’를 꾸려 어린이 문화 활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에서 최초 창작 동요 ‘반달’이 탄생했다.

얼마 전 어린이날 100년, 한국 동요 99년을 기념해 한국 동요 100곡을 모은 음반이 발매됐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아울로스 미디어)라는 제목의 음반은 현음 어린이 합창단를 비롯해 위드 엔젤스,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이 가창에 참여했다. 음반은 ‘오빠 생각’을 비롯해 ‘섬 집 아기’ ‘나뭇잎 배’ ‘겨울나무’ 등 주옥 같은 명곡을 담고 있다.

특히 수록된 동요 가운데는 기성세대에게도 익숙한 곡이 많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함께 부를 수 있는 세대 공감의 노래들이다. 아울로스미디어 기획자이자 시인인 임의진 목사는 “어린이의 노래가 사라진 시대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노래를 그대로 부르게 되고 자기들의 세계와 시기를 잃어버렸다”면서 “우리 동요 100은 세계 어디에도 내놓을 만한 K-키즈송이고 우리 음악사의 자부심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의 어른들에게도 동요를 부르며 미래의 꿈을 꾸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경쟁 위주의 각박한 사회에 살다 보니 동심을 잃어버렸다. 성경에는 “어린 아이와 같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구절이 있다. 어린이처럼 순수한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일 게다. 오늘 하루 동심이 담긴 동요 한 곡 불러 보는 건 어떨까.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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