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 숏 -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6월 21일(수) 00:00
외국 영화 등에서 경찰이 숫자 표식을 든 범죄자들의 사진을 찍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이는 경찰이 범인 식별을 위해 얼굴을 촬영하는 사진으로, 이를 머그 숏(mug shot·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이라고 부른다. 체포된 범죄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경찰 사진(Police Photograph)’이라고 하는데, 머그 숏은 일종의 속어다. 18세기 영어권에서 사람의 얼굴을 뜻하던 은어 머그(Mug)에서 유래했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또래 살인 사건’ 등을 계기로 흉악 범죄에 대한 범죄자 신상 정보 확대가 추진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머그 숏’ 공개가 추진된다. 신상 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범죄자의 현재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과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같은 흉악 범죄인데도 신상 정보 공개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현재의 생김새를 알 수 없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 특별법 제정 추진의 배경이다. 또한 현재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는 피의자로 국한되어 있어서 기소 이후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신상 공개를 할 수 없다는 점도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특별법에는 내란·외환·테러·조직 폭력·마약 등 중대 범죄, 아동 대상 성범죄, ‘묻지마 폭력’ 등의 범죄자도 신상 정보 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피의자’로 한정된 신상 정보 공개 대상도 ‘기소 이후 피고인’으로 확대된다.

현행 범죄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 여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범죄 예방,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따라서 피의자의 인격권보다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될 때 국가는 피의자의 신상 공개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공개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기 쉽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범죄자에 대한 신상 정보 공개 확대는 공적인 영역에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며,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ck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